강원도 정선하면 "아리랑"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리랑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닌 동강과 민물고기 쉬리가
있다.

그곳 토박이 작가 강기희(35)씨가 순박한 동강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첫소설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찬섬)를 썼다.

동강댐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데다 영화 "쉬리"열풍까지 맞물려 더욱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소설은 전설적인 인물 "송구"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원한 아웃사이더인 그는 거침없는 독설과 해학으로 소시민들의 막힌
가슴을 뚫어준 자유인이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정선아리랑에 가사를 바꾼 송구아리랑이 구성지게
불린다.

"애산리 송구는 바위구멍도 뚫는데/우리집 저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뚫네" "배주린 옆집 아가는 피죽도 못먹는데/불러터진 군수 배는 남산만큼
커지네"

대학강사인 주인공 김석우는 또다른 송구다.

그는 투박하지만 정감어린 동강 사람들과 함께 남을 위해 일생을 보낸 진짜
송구의 길을 걷고자 한다.

동강을 살리기 위한 그의 노력이 사북사태의 아픔과 겹쳐져 현실감을
더한다.

말없이 흐르는 동강.

그 침묵의 몸짓을 통해 작가가 던진 메시지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 놈들은 동강에서 보았던 쉬리였다. 벌써 그곳을 피해 여기까지 올라온
걸까. 댐건설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말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