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단순한 계약파기인가 ]

김정호 < 경제학 박사 >

계약이란 자발적 약속이다.

부부간의 약속이라는 면에서 결혼도 일종의 계약이다.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 쌍방이 모두 계약의 파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계약은
없었던 일이 된다.

그런데 왜 부부간의 자발적 계약인 결혼관계는 그런 식으로 자유롭게
파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일까.

흔히들 미풍양속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지만 법경제학
에서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법이 추구해야 하는 바는 사람들의 행복을 늘려주는 일일 것이다.

계약 파기의 효과가 계약의 당사자들에게만 미친다고 해 보자.

그럴 경우 당사자 모두가 원하지 않는 계약이라면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쌍방 모두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계약은 사정이 다르다.

이혼을 원하는 계약의 당사자들은 부부이지만,이혼의 효과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미친다.

다시 말해 결혼계약의 형식적인 당사자는 부부일 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식들까지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대개의 부모들은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이혼을 피하려고 하지만,
자식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무책임한 부모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혼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누군가는 자식들의 이익을 대표할 필요가
있고, 그 역할을 법원이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3자인 법관이 부득이한 이혼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혼을 자유에 맡기지 않는 규칙은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의 신중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아무 때나 갈라설 수 있다면 합치는 것도 아무렇게나 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들이야 아무렇게나 만나고 아무렇게나 헤어지는 것이 좋을지 모르지만,
결혼의 부산물로 생겨난 아이들은 잘못도 없이 피해를 입어야 한다.

헤어지기가 어렵다면 그 만큼 신중하게 배우자를 고르게 될 것이고 그 만큼
가족 전체의 행복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www.cfe.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