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의 금리가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간 단기거래인 콜 금리는 떨어지고 있는데 비해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 등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다.

이처럼 장단기 금리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콜과 회사채의 금리차
는 지난 주말 4%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물론 금리의 장고단저 현상은 이상할게 없다.

문제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역방향 행진을 지속하면서 그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채 금리가 8%대 후반에서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것은 은행 대출
금리가 한자리 수로 떨어지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본격화될 때 사상 초유의 저금리 혜택을
그만큼 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 꺼꾸로 가는 장단기 금리 =지난 13일 금융기관간 하루짜리 거래인 콜금리
는 5.01%.

작년말 6.65%였던 콜금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하향안정 의지에 힘입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장기금리의 대표격인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지난 13일 8.75%
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8%였던 회사채금리는 올 1월말 8.13%, 2월말 8.65%로 꾸준히
상승중이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큰 흐름에선 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콜과 회사채금리가
지금은 완전히 "꺼꾸로 행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콜과 회사채간 금리 격차는 지난 13일 3.74%포인트에 달했다.

작년말 1.35%포인트에 그쳤던 차이가 두달여만에 3배 정도로 커진 것이다.

<> 왜 역방향으로 움직일까 =가장 큰 원인은 향후 금리상승 전망 탓이다.

지금은 당국이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금리는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팽팽해 있다.

따라서 한은이 간접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콜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반면 시장심리에 의해 좌우되는 회사채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향후 경기가 회복돼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본다면 지금 낮은 금리
(비싼 값)로 장기 회사채를 사 두는 것은 손해다.

당연히 회사채를 사려는 사람은 줄고 금리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회사채의 주 고객인 투신사들도 마찬가지다.

몇개월전만 해도 투신사들은 3-6개월짜리 단기공사채 수익증권 상품판매로
빨아들인 시중자금을 갖고 3년만기 회사채를 사들였다.

그러나 단기수신을 받아 장기로 운용하는데 따른 만기불일치(미스매칭)가
문제 되면서 투신사들은 요즘 회사채 매입을 자제하고 있다.

더구나 시중자금도 더 이상 투신사에 몰리지 않아 매입여력도 떨어졌다.

<> 문제는 없나 =걱정되는 것은 향후 경기가 상승해 기업들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다.

지금처럼 기업들에 자금수요가 없을 땐 고금리 회사채가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기업이 서서히 투자에 나서면서 자금수요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회사채금리는 더 올라갈게 뻔하다.

그만큼 기업들엔 고금리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재경부 관계자도 "금년 중반기 이후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때 금리가
폭등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회사채금리보다 2~3%포인트 높기 마련인 대출금리가 더 떨어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삼성금융연구소 김진영 금융팀장은 "회사채와 콜 금리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게 장기화될 경우 시중자금 흐름도 어떤 식으로든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