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5일 전격적으로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교체한 것은
국민연금 확대실시 한일어업협정 체결 과정 등에서 발생한 여권의 정책
혼선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새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는 "3.30 재.보선"에서 당정간의
정책혼선이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조기 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종필 총리에 대한 "배려"의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지난 12일 국민회의측에서 연기론을 띄운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이 신임 정책위의장에 T.K(대구.경북)출신 입당파인 장영철
의원을 기용한 것은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야당 관계가 원만한 그의 정책
조정 능력을 십분활용하면서 입당파를 배려하는 "일석이조"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주요 당직자 물갈이가 정책위의장 선에 그치지 않고
소폭이나마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경제통인 김원길 전의장이 빠진 현 "정책위원실 라인"으로 집권당의 경제
정책을 수립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설훈 기획조정위원장도 최근 내각제 개헌및 자민련과의 합당과 관련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책임을 지고 이날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설 위원장의 사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후임에 정동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
되는 가운데 정동영 대변인의 전보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의원직을 상실한 이기문 인권위원장의 후임에는 류선호 천정배 의원 등
율사출신 의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의장은 이날 당3역회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후 "국민연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국민연금 확대실시 연기 발언으로
정책혼선을 빚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당의 경제정책 총사령탑격인 정책위의장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여야를 통틀어 22개월이라는 최장수 정책위의장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건설경기 부양책을 당에서 주도적으로 만들어 정부를 설득해
전세자금 확대 등 각종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시행하게 된 게 가장 큰 보람
으로 기억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의정활동에 전념하면서 내년 총선에도 대비할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