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 포항공항 착륙사고를 조사중인 건설교통부는 16일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수거, 정밀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건교부는 이날 사고기의 블랙박스중 음성녹음장치(CVR)와 자료출력장치(QAR)
는 김포에 있는 건교부 블랙박스 분석실에서, 비행기록장치(FDR)는 김해
대한항공 블랙박스 분석실에서 해독해 이를 취합키로 했다.

포항공항 현지에 파견된 사고조사팀 12명도 관제 운항 정비 조종 시설 등
5개팀으로 나눠 각 분야의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사고조사팀은 조종사가 착륙 당시 1백37노트의 속력으로 접지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이는 통상적으로 유지하는 속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만큼
과속착륙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기체의 제동장치 불량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고기의 역추진장치와 날개 브레이크 등 제동장치 계통의
결함여부를 집중조사중이다.

조사팀은 제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수막현상 때문일 것이라는 조종사의
진술은 사고당시의 기상상황과 미끄럼 측정결과 등에 비춰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교부는 사고조사팀의 현장조사와 블랙박스에 대한 해독결과를 바탕으로
기체의 결함유무와 조종사 실수여부 등을 검토, 내달 중순께 조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항공국 관계자는 "관제실 녹취내용과 블랙박스 해독결과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현, 모의실험을 거쳐야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는 만큼 한 달정도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이와함께 사고기의 견인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포항공항에 대한
잠정폐쇄조치를 풀고 이날 오전 12시40분 서울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기
부터 착륙을 허용했다.

건교부는 이번 사고로 항행안전장비인 방위각지시기 14대중 10대가
파손됐지만 전방향무선표지시설(VOR)을 이용해 안전운항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포항공항 활주로 서쪽에 위치한 96m 높이의 인덕산이 항공기 착륙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 절취공사를 서둘러 시행토록 한국공항공단 등에
지시키로 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직원 61명으로 지원반을 구성, 부상자 치료 및
사고수습을 지시하는 한편 입원, 치료중인 23명을 포함, 탑승객 전원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키로 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