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대출 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기업금융을 주로 하는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에 비상이 걸렸다.

여신(대출+지급보증)과 관련한 각종 한도들이 잇따라 축소되자 외국계은행들
은 대출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기왕의 대출을 회수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장 4월1일부터는 거액여신한도제가 바뀐다.

종전에는 은행 자기자본의 15%를 넘는 여신합계가 은행 자기자본의 5배를
못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자기자본의 10%를 웃도는 여신까지 합산된다.

내년부터는 동일인과 동일계열기업군에 대한 여신한도가 달라진다.

동일인 여신한도의 경우 대출은 자기자본의 15% 지급보증은 30%까지로
현재 이원화돼 있으나 내년부터는 합쳐서 20%로 축소된다.

동일계열기업군의 경우 45%에서 24%로 낮춰진다.

비록 내년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여신관리는 지금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계은행들은 지점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여신한도를 책정하는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의 자기자본은 기껏해야 몇백억원 정도다.

도이치은행 송종한 지점장은 "자기자본이 6백억원에 불과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25%만 한 그룹에 대출해 주라고 하면 1백5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이는 사실상 국내에서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불만을 쏟아
냈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한국 신용등급이 올라갔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려고 하는데 대출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외국계은행들은 본점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여신한도를 책정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ING은행 윤경희 한국대표는 "지점은 법상 별도 조직이 아니다"며 "여신한도
가 축소되면 국내 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국내 기업들이 대출금 상환압력에 시달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국계은행들은 이같은 여신한도 축소로 인해 자칫 영업기반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외국계은행 지점장들은 요즘 수시로 모여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를 통해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