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원 < 건축환경연구소 대표 >
출판사 : 열화당
가격 : 18,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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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환경친화적인 건축문화를 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도시개발도
초에너지절약형으로 나아가야 해요. 기능이나 미적 요소만 강조할게 아니라
인간과 생명을 접목해야 합니다"

올해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우리시대 건축이야기"(열화당)를 펴낸 김원
(56) 건축환경연구소 대표.

그는 우리 건축문화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야만적이고 황폐한 수준"이라고
질타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고속성장 시대의 개발논리를 종식시키고 환경시대에
걸맞는 사고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건물과 도시에 인간의 온기와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삶의 공간"
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그는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이미 보편화돼 있는 이 개념이 우리에게는
아직 "너무 먼 희망"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숨가쁜 개발시대의 "독성"에 모두가 둔감해진 탓이다.

그가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 대표를 맡은 것도 이 때문
이다.

그는 영월댐 건설이나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자고
목청을 높였다.

그가 대학 졸업후 35년동안 걸어온 한국 현대건축의 현장은 그야말로
"공사판"이었다.

그는 "언제 어느 곳에서 돌멩이나 쇳조각이 떨어질지 모르는 아수라장"에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아우성치고 그것 때문에 욕먹고 주먹질도 당하고
술로 위안을 삼으며 견뎌왔다.

"작품으로만 말하겠다고 다짐해 왔지만 그간의 현장일기를 가슴 속에
감추고 있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에요. 무지와 몰이해 조소가 판치는
개발논리나 잘못된 법규 제도 관행들이 바리케이드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죠"

그래서 이 책에는 한국 건축의 뼈아픈 과거와 구조적인 문제점, 건강한
대안이 함께 실었다.

물론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날카로운 비판과 총체적 부실에 대한 진단
이다.

조목조목 지적하는 내용이 현실을 너무나 정직하게 반영하는 것이어서
침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건축문화의 음지와 양지를 균형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글은
희망을 향해 열려 있다.

환경과 인간을 중시하는 메시지도 뚜렷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문체 또한
유려하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