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nchoi@seri-samsung.org >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란 주주들이 배당금과 시세차익만을
강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90년대 들어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주주행동주의는
자본시장의 세계적 통합에 힘입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채택될
예정인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으로 등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IMF 지원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을 배경으로 작년부터 주주행동주의
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으로 우량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높아진 해외펀드들과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은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의 완화를 계기로 기업
경영을 다양하게 견제하고 있다.

올해에도 <>집중투표제의 정관 명기 여부 <>내부거래에 대한 주주동의절차
의 신설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조항 삭제 등을 둘러싸고 주주총회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행동주의는 크게 두가지 역사적 경로를 통해 발전해 왔다.

첫째는 60~70년대 사회운동 차원에서 전개됐던 소액주주운동의 전통이다.

유명한 소비자운동가 랄프 네이더(Ralph Nader)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은
주주제안권과 주주대표소송제도를 활용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
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주주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보다는 정치.사회적 목표를 우선함으로써
지속적인 영향력 유지에는 성공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둘째 90년대 이후의 주주행동주의는 80년대에 외부 대주주로 성장한 기관
투자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각종 연.기금으로 구성된 기관투자가들은 주식매각이라는 전통적 방법 대신
경영개입을 통해 투자수익을 증대시키려고 노력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대체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에는 오히려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에 의한 주주행동주의는 충실한 경영감독과 조언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시킴으로써 투자가와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GM IBM K-Mart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는 90년대 들어 주주들의 압력으로
최고경영자가 경질되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이는 흔히 알려져 있듯이 70년대식 소액주주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반영된 사건이었다.

이처럼 기업이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양자의
경제적 이해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관투자가들은 장기안정적인 투자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적대적
M&A의 위협으로부터 기업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철저하게 경제적 기준에 기초하여 기업활동을 감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이들의 요구사항을 제압하기 보다는
경청하고 수용하는 길을 선택한다.

결국 90년대의 주주행동주의는 단순히 주권을 행사한다는 의미 보다는
주권을 통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고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액주주운동은 경제적 척도를 기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90년대의 주주행동주의와는 다소 격차가 있다.

즉, 건전한 견제세력으로서의 존재의의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소유권에
기초한 주권의식을 강조할 뿐 기업가치를 높히기 위한 기여도는 다른 이해
관계자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또 경제효과가 불투명한 문제들을 놓고 쟁점을 삼는 경우가 많은데, 공동의
경제적 이득이 없는 권리행사는 경제문제를 법과 정치의 영역으로 몰고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이 경우 경영자의 재량권 남용에 대해서는 재화시장과 자본시장, 경영권시장
등을 통해 제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다.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과 조정은 주식회사제도가 성립한 이래 풀리지
않고 있는 영원한 숙제이다.

주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일반주주들의 주주
총회 참석을 저지하기 위해 로키산맥 근처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주주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여 기부행위를 비롯한
기업의 사회적 활동과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비난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주주행동주의란 이러한 문제점들을 공동의 이익 아래 해결하기 위해 창안된
하나의 제도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