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년간 일본 상품의 공세를 차단하는 빗장 역할을 해온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오는 7월부터 완전히 폐지된다.

소니와 도요타가 한국에 직판체제를 갖추고 일본에서 생산된 최신형 컬러TV
와 고급승용차를 판매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제 공산품과 국산품의 전면전이 개봉
박두한 셈이다.

아직 일본 제품에 비해 열세인 전자 자동차 기계업계 등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방한중인 오부치 총리 일행에게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대로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대일수입장벽을 제거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할
방침이다.

수입선다변화제도의 도입배경과 폐지에 따른 파장등에 대해 알아본다.

Q) 도입배경은.

A) 지난 78년 만성적인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일수입선을 미국 등 한국상품을 많이 사주는 나라로 돌려 무역마찰을
완화하고 동시에 국산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Q) 어떤 제품들이 지정돼 왔나.

A) 국산화 추진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이나 유럽등으로 수입선을 바꿀 수
있는 자본재 고가소비재 등이 주로 지정됐다.

도입당시 2백61품목이 지정됐고 지난 88년까지 3백44개 품목으로 늘어났으나
그 이후 전체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점차 지정대상이 줄었다.

현재는 승용차 지프 등 자동차와 휴대용무선전화기 캠코더 카메라 대형컬러
TV 등 16개 품목만 남았다.

Q) 왜 폐지하는가.

A) 일본이라는 특정국가와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특정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는 70년대에는 통했다.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이런 무역장벽을 쌓아도 국제사회가 눈감아
줬다.

그 이후 한국경제가 급성장했고 특히 96년 6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것도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한국은 이미 3년전에 이 제도를 금년말까지만 존속시키겠다고 공약했다.

Q) 6개월 앞당겨 7월부터 폐지하게된 이유는.

A) 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과정에서 앞당겨졌다.

물론 일본의 입김이 작용했다.

그 결과 작년 6월에 40개, 12월에 32개 등 집중적으로 해제됐다.

현재 국산의 경쟁력이 아주 취약한 16개 품목만 남아 있다.

Q) 전면 폐지에 따른 파장은.

A) 생산 유통 기술이전 등 다방면에 걸친 파장이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대만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일부 국내 메이커들은 생산을
포기하고 일본메이커의 유통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걱정하고
있다.

일본 국내경기가 최악이어서 일본 업체들은 한국시장을 돌파구로 보고
"가격파괴공세"로 나올 소지도 크다.

다만 IMF 관리체제이후 국내 구매력이 현저하게 약화돼 있어 파장이 당초
예상보다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Q) 일본 제품의 저력으로 볼 때 전자산업의 타격이 가장 우려되는데.

A) 컬러TV에서 국내업체들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일제수입
개방의 영향이 클 수 밖다.

휴대전화기도 시장잠식이 다른 품목에 비해 빠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카메라 같은 몇몇 품목은 국내 생산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Q) 자동차는 어떤가.

A) 소형차의 경우 일본산차의 국내 시판가격(추정)이 국산에 비해 2배이상
에 달할 것으로 보여 국산이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 고급차의 경우 가격차이가 1.6배 밖에 안되는데다 성능면에서
일제가 한수 위여서 시장을 상당히 파고들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론 일본업체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저가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다.

Q) 대책은.

A) 국내기업들간에 부품표준화와 공용화를 통한 공조체제를 이뤄내야 하고
동시에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을 확실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특히 일본기업들의 핵심부품 공급중단이나 핵심기술 이전기피 등에 대비해
국내기업의 기술자립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기술도입선을 구미기업으로 전환하고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기술 및 자금
지원을 통해 대형화를 유도,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