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은행 돈을 꾸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은행들의 여신관리를 강화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기존에 대출과 지급보증만 따지던 여신관리대상에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내년부턴 한 대기업그룹이 한 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는 돈의 규모(동일
계열여신한도)도 크게 축소한다.

어차피 대기업들은 금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은행차입을 줄일 수 밖에 없지만 어쨌든 다양한 자금조달 루트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 여신관리 빡빡해진다 =정부는 내달부터 시행되는 은행법을 통해 여신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무엇보다 현행 여신의 범위를 보다 넓히기로 했다.

기존의 대출과 지급보증외에 회사채 CP 등 유가증권을 매입한 것은 물론
연체에 따른 미수이자 등 손실도 모두 여신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용어도 "여신"이 아니라 "신용공여"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정부의 관리대상에 들어가는 여신은 종전보다 약 60%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재경부는 이미 은행법 개정으로 여신관리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도 보완
자본을 포함해 약 67%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
했다.

예컨대 동일인여신한도 비율인 15%를 계산할때의 "분모"인 자기자본이
늘기 때문에 "분자"인 여신이 증가하더라도 절대액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여신관리대상에 유가증권 매입액이 포함되면 과거처럼 여신한도가
꽉 찬 대기업에 회사채나 CP등을 사줌으로써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은 완전히
막히게 된다.

은행이나 기업 모두 과거의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 은행차입 줄일 수 밖에 =사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내년 1월부터 동일
계열 여신한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개정된 은행법은 은행이 한 대기업 그룹에 빌려줄 수 있는 돈(동일계열여신
한도)을 은행 자기자본의 45%에서 25%로 줄이도록 했다.

한 기업에 대줄 수 있는 돈(동일인여신한도)의 경우 대출과 지급보증을
각각 자기자본의 15%와 30%로 제한하던 것을 여신합계액이 자기자본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모두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물론 새로 바뀐 여신한도를 초과한 여신에 대해선 오는 2002년까지 해소토록
유예기간이 주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은행차입에 길들여져 있던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신관리대상에 유가증권 매입액 마저 포함됨에 따라 은행들의 회사채
나 CP 매입도 줄어들게 뻔하다.

은행들은 이미 대기업 여신을 크게 줄이고 있다.

여신관리제도 강화에 따라 대기업 여신을 축소할 수 밖에 없는데다 앞으로
부실여신 기준에 향후 상환능력까지 포함되는 탓이다.

불확실한 기업대출보다는 보다 안전한 가계대출에 은행들이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어쨌든 기업들은 유상증자 등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를 뚫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