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은 IMF(국제통화기금)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분야다.

경영이 악화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내수가 격감했다.

수출 또한 기술이 뒷받침해주지 않은데다 시장개척이 여의치 않았던터라
크게 늘수 없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업체들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기계산업은 모든 제조업 경쟁력의 밑받침이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좀더 기능이 좋고 정밀한, 좀더 빠른 기기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살아남는 길은 고기능 기계를 개발, 고급 기기를 찾는 수요처를 만족시키는
것밖에 없다.

예컨대 초정밀가공기가 쓰이는 분야는 반도체가공기 컴퓨터디스크
레이저프린트 등 전자공업분야, 자이로스코프 레이더부품 등 우주항공산업
분야, 레이저응용측정기 3차원측정기 등 각종 계측기기, 콤팩트디스크
VTR를 비롯한 정밀요소부품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 있다.

1대의 기종으로 동시에 두가지 이상을 가공할 수 있는 복합가공기 등은
이미 선진국의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중공업은 선진국시장을 겨냥, 주축 회전수 4만rpm, 급속 이송속도가
분당 1백20m에 달하는 초고속 머시닝센터를 개발중이다.

이 회사는 이미 기존 장비보다 공작물 가공속도가 2.5배 빠른 공작기계
신모델 28개를 개발, 해외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현대정공은 지난해 복합가공기를 선호하는 선진국 수요패턴에 맞춰
PC-NC화한 "하이트롤킹"을 개발했지만 올들어 다시 8개 신기종을 선보였다.

중형공작물의 복합가공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HiT-30M선반, 생산성과
가공정밀도를 최고수준으로 높인 수직형 머시닝센터와 수평형머시닝센터
등이 그것이다.

삼성항공도 이에뒤질세라 선진국의 기술수준을 따라잡은 레이저가공기를
정부의 공업기반기술과제로 개발,올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불황의 그림자가 아직 가시기 전이지만 기계산업 전반을
통틀어 공작기계 자동화기기 환경설비 반도체장비 등은 앞으로 유망한
투자대상이라고 꼽고 있다.

기계산업의 경쟁력은 가격면에서 한.일간 제조원가 구성비를 살펴보면
양국간의 차이점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재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경비 비중이 6% 정도 높다.

기술수준은 아직도 큰 격차가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설계기술, 네트워크기술, 시스템구축기술 등에서 차이가
크고 핵심부품은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을 100으로 할때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80,가격지수는 85정도로
나와있다.

값은 싸고 기술은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수급전망은 좋은 편이다.

IMF사태 직후인 작년의 경우 제조업부문 민간설비투자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신규창업의 침체와 함께 기업부도가 속출, 일반기계부문의 생산 및
내수규모가 거의 90년대초 수준까지 후퇴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2000년에 생산규모가 95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2년께에는 국내 생산규모가 36조원에 육박, 97년 수준을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2000년 1백억달러를 웃돌고, 2002년 1백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전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세계일반기계 생산규모는 1조5천8백50억달러(97년말 현재)에 달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생산과 교역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각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교역량이 줄고 생산이 둔화, 98년
세계 생산규모는 전년보다 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극심한 경기위축과 설비투자 침체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스템이 점차 안정되면서
생산증가율은 연평균 3.5~4.5%를 기록할 전망이다.

오는 2003년 세계 시장규모는 2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략산업인 기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자립적인 기술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인프라를 확충,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기술을 확보하는 일이 긴요하다.

수출중심의 산업으로 전환하기위해 해외마케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핵심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진공산업기술연구센터 등 산.학.연 공동
연구센터를 확대하고 기계류부품설계 인력양성센터를 전국 대학에 설치하는
일, 수요자중심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수출산업화를 촉진하는 일도 시급하다.

신제품개발과제를 발굴하고 수급기업간 공동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국산 기계류부품의 신뢰성평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국제전문전시회 참가지원을 확대하고 자본재
사이버마켓도 개설할 필요가 있다.

해외 애프터서비스공동센터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CE, UL등 해외인증마크를 따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수입선다변화해제에
맞서 신소재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등 미래유망산업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다변화해제품목에 대한 기술개발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양질의 수요자금융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외국인투자를 유치, 첨단기계분야의 기술과 국내
생산기반을 조기에 확보해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머신 CIM.IMS 등 첨단생산시스템개발에 대해 지원도 늘려야 한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