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화업계는 에틸렌 기준으로 연산 4백92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일본 CIS에 이어 세계 4위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세계 18위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생산량의
4.9%를 차지한다.

세계 총수출의 11%를 점해 이 부문에서는 세계 5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은 게 아니다.

철강과 함께 중요한 기간 산업의 하나로 전자 자동차 섬유 정밀화학
등 각종 전방산업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97년 기준 생산액은 모두 13조5천억원 어치로 국내 전체 생산액의
3.4%나 된다.

수출의 경우는 68억2천만달러로 국내 총수출의 5% 수준이다.

고용도 전체의 1%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8개 NCC(나프타분해공장) 가운데 어느것도 세계 주요 업체와
비교할 때는 몸집이 왜소하다.

미국의 NCC업체의 평균 생산규모는 업체당 연산 1백5만t이지만 국내
업체들의 평균 능력은 60만t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현저하게
뒤지고 있는 현실이다.

또 규모 뿐만 아니다.

생산체제는 주로 범용제품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다.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의 위험이 항상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부 "돈되는" 품목의 경우는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합성수지와 합성고무는 생산량의 50%를 수출하고 있지만 합섬원료의
경우는 내수의 20%를 수입하고 있다.

기술 수준도 아직 멀었다.

화학 선진국인 미국 독일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진다.

여기다 금융비용과 물류 비용 등의 경우는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는 약점까지 갖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술경쟁력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투자가
2.4% 수준으로 일본의 4.2%,미국의 4.6%에 크게 뒤진다.

공정기술의 경우는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생산기술이나
품질면에서는 큰 격차가 없다지만 기술도입에 따른 로열티지급이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미국을 100으로 할 때 우리의 가격지수는 95로 경쟁력이 있지만 기술은
50으로 절반 밖에 안된다.

기형적인 수요구조도 문제다.

대부분 나라에서 유화 산업은 내수산업이지만 우리는 수출산업으로
키워왔다.

미국는 내수비중이 80% 이상이다.

국내 수요를 다채우고 남는 것을 수출한다.

우리는 반대다.

90년의 경우 수출비중이 90%에 달했고 95년의 경우도 70% 수준이었다.

97년의 경우도 국내 수요는 공급량의 60% 수준에 못미친다.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전망도 아직까지는 밝은 편이 못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내수와 생산은 2003년까지 연평균 4% 수준의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의 경우도 연평균 5% 정도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업체들간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고부가가치 위주로의 사업재편을 시도하지 않으면 우리
유화산업의 미래는 어둡다고 진단한다.

모업체 관계자는 "화학산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사업과의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업체들도
유망품목에 대해서는 과감히 투자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