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소프트웨어(SW) 회사인 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35).

"여자"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정 사장은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

손대는 작품마다 빅히트를 쳤으니...

정 사장이 지난 95년말 내놓은 게임SW 창세기전 I은 3만5천개나 팔렸다.

기껏해야 2천-3천개게 고작인 국내 게임SW시장에서 보기드문 "대박"이
터진 것이다.

두번째 내놓은 창세기전 II(7만5천개)를 비롯, 창세기외전 I(서풍의
광시곡.7만개), 창세기외전 II(템페스트.7만5천개) 등도 하나같이 히트작이
됐다.

그래서 정 사장은 한국 게임SW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소리도
듣는다.

정 사장이 이런 소리를 듣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창세기전 I을 일본에 대량 수출, "한국 SW는 수출이 어렵다"는 통념을
깨뜨린 것이다.

올해에는 일본과 대만에 30만-40만달러 상당을 수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은 20억원.

SW개발업체로는 단연 수위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억원이다.

그런데도 정사장은 불만이다.

내수시장 비중이 여전히 70%를 넘는다는게 이유다.

"국내 게임SW시장은 연간 5백억원 정도밖에 안돼요. 그렇기 때문에 수출
비중을 50% 정도로 높여야만 기반을 다질 수 있어요"

게임분야 각종 회의때마다 업계 대표로 초청돼 참여할 만큼 성공한 정
사장이지만 창업 경위는 다소 엉뚱하다.

대학(성신여대 경영학과) 졸업후 컴퓨터를 판매하는 대기업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K물산이란 중소 무역회사의 SW개발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지난 93년.

그런데 바로 그 해에 회사가 부도났다.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려고 애썼지만 정작 사장은 도피해 버렸다.

"화도 나고 오기도 생기더라구요. 남은 퇴직금 등을 모아 5천만원으로
팀원 6명을 이끌고 회사를 차렸어요"

만 29세 처녀 사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창업은 했지만 회사 꾸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첫번째 시련은 창업멤버 이탈.

개발팀을 PC통신 대학생 동아리 회원들로 재구성할수 밖에 없었다.

첫 제품(리크니스, 스카이&리카)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정 사장은 운영비등을 조달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일본SW를 들여왔다.

그리고 승부를 걸었다.

수익금을 몽땅 털어놓고 창세기전 개발에 나선 것.

게임을 상황마다 헤쳐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RPG에 시뮬레이션을 첨가해
복합장르로 만들었다.

일러스트도 전문가를 고용해 화려하게 꾸몄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유통업체에 총판권을 넘겨주는 대가도 넉넉히 받았다.

미니멈 개런티를 받는 최소판매량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1만개나 잡았다.

국내 처음으로 일본에 가정용 게임용으로 수출도 했다.

창세기전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도 그때
입니다"

정 사장은 성공비결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회사근처 원룸아파트에 숙식을 같이 하면서 머리를 짜낸 개발팀의
열의, 둘째는 이직이 거의 없다는 점,셋째는 과감한 투자다.

특히 투자에 관한한 일러스트는 일본 전문가를 채용할만큼 아끼지 않는다.

정 사장은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이 고마워 연봉 외에
매출액의 10-20%를 성과급으로 주고 있다.

스톡옵션제도 도입할 생각이다.

1남2녀중 장녀인 정사장은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작 본인은 "가정과 일 두가지를 다 잘할 자신이 없어 당분간은 일에
전념할 생각"이란다.

정 사장은 "수출상담차 곧 일본에 가는데 4월에 있는 생일을 그곳에서
맞게될 것같다"고 말했다.

< 문희수 기자 mh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