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 직원들은 출장갈 때
여행사를 찾지 않는다.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시스코 직원 커넥션(CEC)"이라고 불리는 인트라넷
에 들어간다.

CEC 기능중의 하나인 "메트로(Metro)"가 항공편이나 호텔 조회에서 예약
까지 처리하고 비용도 결제해 준다.

직원이 출장 일정과 목적지를 입력하면 메트로에서 이용가능한 항공편과
호텔 자동차렌털 대리점을 알려준다.

원하는 항공편과 호텔 등을 선택하면 메트로가 모든 예약을 처리한다.

예약내용을 수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장을 다녀온 직원은 메트로를 이용해 출장경비 보고서를 작성한다.

아멕스 카드를 사용했다면 메트로는 직원의 카드사용 명세서를 화면에
띄운다.

출장과 관련돼 지출된 항목만 선택해 자동으로 경비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결제도 빨라져 출장 경비는 48시간안에 해당 직원의 계좌로 입금된다.

예전에 경비를 되돌려 받는데 4주~5주씩 걸렸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출장 관련 부서의 인건비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출장뿐 아니라 업무상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거나 접대비를 지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메트로를 이용해 신속하게 결제받을 수 있다.

CEC 덕에 직원이 늘어나더라도 지원 부서의 업무 부담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이 시스코를 세계 최대 네트워킹 업체로 키운 비결의 하나다.

회사 내부 업무에 활용되고 있는 인터넷기술이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
(78억달러)의 75%를 인터넷으로 파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키운
것이다.

이는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사이버 세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사이버 공간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이 창출해낸 또 하나의 세계다.

이 공간의 밑바탕에는 인터넷이라는 메가 네트워크(메가넷)가 있다.

인류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인 네트워크가 새로운 천년(밀레니엄)을
앞둔 지금 변혁의 지렛대를 들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다른 어떤 네트워크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혁신을 주도하면서 인류생활의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혁명"이다.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에 연재중인 "웨버노믹스"에서
"정보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인터넷"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인터넷은 사회 자체를 변화시켜 공간과 시간 속도 등의 개념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 세계는 새로운 활동공간을 창조하며 그 공간은
무한하다는게 남궁 장관의 비전이다.

디지털 혁명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 쇼핑이 대표적이다.

집에서 PC 앞에 앉아 마우스만 몇번 클릭하면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혼잡한 백화점에 다녀오느라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주식 거래나 은행업무 처리 등에서도 디지털혁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한 주식투자가 시작된 지 1년도 안됐지만 벌써 이용자
가 20만명, 전체 거래대금의 2%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E트레이드와 같은 인터넷 주식거래 전문업체가 잇따라 생겨나
성업중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본격적인 사이버 트레이딩 시대를 앞두고 저마다 인터넷
주식거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기업경영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생산 기획에서부터 자재조달 제조 회계처리 인사관리 정보관리 등 경영에
관련된 모든 업무가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통합돼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처리
된다.

단위 기업 내부는 물론 다른 기업이나 고객과의 업무처리에도 정보기술이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기업간의 물품구매나 주문을 정보통신망으로 처리하는 전자상거래, 컴퓨터
단말기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전자쇼핑 등이 이미 새로운 유통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또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언제든지 편지를 주고받으며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영업사원들은 손바닥만한 PC를 들고 다니면서 차 안이나 고객의 사무실에서
필요한 자료를 곧바로 찾아내고 그 내용을 전자우편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마케팅 기법도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시장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보고 접근했으나 정보기술을 응용해
개별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정 고객이 자주 사는 옷의 스타일이나 색상 등을 데이터베이스에 담아
두고 그 고객이 즐겨찾는 제품을 골라 알려 주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의 경영구조도 바뀌고 있다.

다양한 정보기술기법을 도입하면서 그에 맞는 업무처리체계를 갖추기 위해
업무절차개선(BPR)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조직이나 업무가 없어지기도 한다.

디지털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다.

인터넷이 널리 이용되면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인터넷에서 정보를
빨리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회사, 인터넷을 쓰는데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 등이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오늘날 가장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는 새로운 사업영역
이다.

인터넷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끝없이 창출해 내면서 돈되는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의 융합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IMF 관리체제를 하루빨리 벗어나는 길도 그곳에 있다.

< 정건수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