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보를 얻으려 책상앞에서 PC를 마주보고 앉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언제 어디나 부담없이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E메일을 주고
받을수 있는 컴퓨터, 심지어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몸에 착용하면 되는
컴퓨터가 나온다.

포스트(post) PC로 통칭되는 이런 첨단 정보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수 있게 도와줘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PC조차 부담스러워 가까이하지 못하던 사람이나 24시간 새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포스트PC 출현을 "제2의 컴퓨터 혁명"이라고 부르며
반기고 있다.

포스트 PC란 문서작성 E메일교환 인터넷검색 영상편집 등 PC의 주요 기능을
할 수 있는 비PC형 정보기기.

TV 전화 워크맨 책 액자 주방가구 등이 PC이용 확산의 바람을 타고 신기술과
접목돼 새로 태어난 제품이다.

종전의 PC가 다양한 기능을 한데 모은 중앙집중형을 지향한다면 포스트 PC
는 여러 기능을 따로 떼어낸 분산형이다.

이런 제품이 나오게 된 중요한 동기의 하나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PC에 담긴
기능 가운데 전부를 골고루 쓰기보다 몇가지만 반복해 쓴다는 것이다.

"PC 사용자 가운데 극소수만이 전체기능의 5%이상을 쓴다"(휴렛팩커드의
류 플랫 회장).

포스트PC는 "개인이 자주 쓰는 몇가지 기능만 골라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면
휴대하기도 쉽고 사용하는 것도 편리해질 것"이란 발상에서 출발했다.

포스트PC 옹호론자들은 "PC로 우주선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E메일을
주고 받거나 인터넷을 검색한다면 굳이 복잡하고 비싼 고성능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포스트 PC의 종류는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

TV 주방기구 등에 인터넷기능등을 붙인 것과 기존 PC에서 복잡한 기능을
빼고 필요한 다른 요소를 추가해 만든 제3의 초소형 제품이 그것이다.

이와 별도로 입는 컴퓨터 연구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미 여러가지의 포스트 PC 제품이 나와 있다.

팜파일럿 초미니노트북 인터넷전화기 오토PC 전자책 디지털앨범 MP3
플레이어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내려받아 재생할수 있는 "제2의 워크맨"
MP3 플레이어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팜 파일럿"은 이미 히트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는 올들어 3월까지 75만대(약 3천만달러 어치)의
MP3 플레이어를 판매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새한정보시스템 디지탈웨이 에이맥정보통신 등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다.

3Com의 PDA "팜 파일럿"은 98년 크리스마스시즌 미국에서 설문조사결과
받고싶은 선물 1위에 꼽혔다.

큐비트 테크놀러지는 웹 태블릿, HP는 휴대형 스캐너, 소프트북프레스는
전자책을 포스트PC로 내놓았다.

클라리온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시스템과 인터넷.E메일 검색기능을 결합한
오토PC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등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게 1kg 안팎에 크기는 노트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초소형 노트북은 이미
10여개 업체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곧 상품화될 포스트PC도 많다.

프랑스 알카텔은 음성메일과 E메일을 주고받고 팩스전송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채용 전화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 CMI월드와이드는 주방용 정보기기, 일본 소니는 디지털 액자를 올해안
에 시판한다.

윈도 운영체계(OS)와 인텔칩이 점령한 PC시장과 달리 포스트 PC시장은 아직
주도권을 행사하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최근 PC 프린터 네트워크장비서부터 TV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등 가전제품까지 모두 통신망으로 연결해 작동시키는
홈네트워크 기술(지니.JINI)을 내놨다.

지니를 채용하면 PC뿐 아니라 TV 등 가전제품에도 인터넷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일이 가능하다고 선측은 설명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PC를 통한 인터넷 접속률이 98년 94%에서 2002년
64%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톱박스 웹폰 팜PC 등 포스트 PC가 그 빈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2001년 이후에는 포스트 PC 판매량이 PC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사이버공간 항해의 유일한 도구이던 PC가 조금씩
뒷전으로 밀려나고 PC업체들도 탄생 이후 가장 어려운 싸움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