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가 국정의 최대 현안임을 반영하듯, 지난 22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대책조정회의는 11개 정부부처가 짜낸 방안을 엮어 종합
적인 실업대책을 발표했다. "실업률이 곧 통치지표"로 인식되고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라고 할 만하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8조3천
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여 올 실업대책비를 모두 16조원으로 늘리고
추가재원 중 6조4천억원을 벤처.중소기업인 창업지원 및 주택건설의 확대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공공근로사업의 확대 등 단기 일자리 제공에도 1조원을 추가 투입하고
사회안전망 장치의 보강과 직업훈련 확대에 9천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이렇게 하면 48만개의 일자리가 생겨 실업자수를 연말까지 1백50만명 수준
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대책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실업대책은 주로 사회안전망 강화 등 소극적인 실직자
보호에 중심을 두어온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경기회복세에 맞춰
일자리를 늘려 실직자를 흡수하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
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고실업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재정의 뒷받침에
일방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사회안전망 확충보다는 민간의 창업을 북돋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차원 높은 정책이 요청된다.

그러나 이번에 일자리 창출의 가장 핵심적인 대책으로 제시된 벤처.중소
기업의 창업지원과 주택건설 지원확대조치의 실효성은 아직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벤처.중소기업의 특성상 사업성공률이 낮고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창업에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기대만큼의 고용효가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하겠다.

올해 주택건설 계획을 수정해 10만가구의 주택을 추가 건설키로 한 것이나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확대키로 한 것도 건설분야의 고용기간이 대부분 단기
임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다. 새로
만들 일자리는 48만개로 제시됐으나 이 가운데 고용기간이 길어야 2년을
넘지 않는 건설분야를 빼면 고작 10만개 정도 밖에 안된다. 이는 우리의
실업대책이 아직도 장기적인 안목을 결여하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중 실업률이 8.7%로 치솟고 실업자수도 1백78만5천명에 달했다는
정부통계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실업대책의 강화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예산의 20%에 해당하는 방대한 실업대책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실업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모든 사업이 전체적 연계성을 갖고
집행돼야 한다. 정부는 예산을 쏟아붓기에 앞서 실업대책의 수립에서부터
집행 점검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적 관리체제
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