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한국금융산업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과거 10년의 변화가 작년 1년속에 압축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앞으로 10년간의 변화도 그 싹을 작년 1년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 동북아금융센터를 꿈꾼다 =금융당국은 10년뒤 한국이 동북아금융센터로
우뚝 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내놓는 자료에도 "동북아금융센터"라는 말이 간혹 눈에
띈다.

동북아금융센터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대형금융기관이 어우러져 아시아금융
을 주무르는 곳을 뜻한다.

이 말속엔 세계자본과 세계초대형금융기관이 서울을 싱가포르 홍콩보다
더 매력적인 금융중심지로 선택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담겨있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이런 구상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 일본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영종도 신공항, 잘 갖춰진 정보통신 인프라,
국제기준이 통하는 나라, 주변국과의 평화체제가 구축돼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가 된다면 금융중심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것이다.

미국과 유럽계 대형그룹이 중국 반환과 함께 삐그덕거리는 홍콩시장을
벗어나 한국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이런 맥락에선 HSBC(홍콩상하이은행그룹) 코메르츠은행 등 외국금융그룹의
진출은 그 신호탄.

이처럼 돈이 몰리면 이 영양분을 공급받으려는 외국대기업 주식이 잇달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과 금융정보가 한국에 집결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틈새금융기관과 파생상품시장이 함께 육성되면서 한국은
아시아최대 금융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이버금융 전성시대 =금융 만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의
세계에 맞는 분야는 없다.

최근 증권거래에서 인터넷 PC통신 등의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도 전자금융을 서둘러 첨단화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과정에서 직원수가 대폭 줄면서 인터넷 ARS(자동응답시스템)
비디오텍스 자동입출금기(ATM) 판매점단말기(POS) 등 이른바 "신채널"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폰뱅킹 PC뱅킹 인터넷뱅킹 등은 한마디로 지점설치, 영업시간밖 영업 등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금융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는 고객을 상대하는 점포는 더욱 줄고 작아지면서 가상공간상의
점포와 고객접촉이 증가할 전망이다.

<>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 =맥킨지는 지난 97년말 환란이후 한국의 금융
지도가 어떻게 바뀔지에 관한 전망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6개인 은행은 4개 대형은행과 틈새은행 몇개로 재편된다.

33개 증권사(고려 동서증권 제외)도 3개 대형증권사와 틈새증권사 몇개만
남는다.

33개 생명보험사나 17개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

종금사 여신전문금융기관 기타저축기관은 아예 통폐합되거나 업종을 바꿀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대형금융기관 틈새금융기관 지역금융기관
등이 병립하는 체제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에 성사된 합병은 그야말로 정부의 입김아래 생존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외국금융기관의 잇단 진출로 경쟁이 격화되면 자발적으로 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설 것이란 게 전문가와 당국의 관측이다.

<> 외환위기 악순환에 빠질수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은행경영관련
경제환경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은행구조조정이 일단락된 작년말과 외환위기
가 발생한 97년 11월 이전과 비교해 은행경영위기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아니더라도 금융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같은 신용평가기관은 5대그룹중 하나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다시한번 생사의 고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