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조직망을 갖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2000년대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지금의 농협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상호신용금고 연합회는 농협중앙회처럼 중앙금고로 탈바꿈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신용금고는 전산망을 통해 이 곳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상품개발에서부터 여유자금 운용,신용카드사업 등에서 개별 금고는 중앙금고
의 진두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된다.

개별 금고들은 이같은 중앙금고의 뒷받침아래 해당 지역에 철저히 밀착해
은행 등 거대 금융기관이 침투하지 못한 시장을 중점적으로 파고 든다는게
업계의 전략이다.

그래야만 나름대로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일부 신용금고들은 구조조정 와중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중앙금고가 생긴다.

지금은 신용금고 간에 교류가 거의 없다.

A신용금고 거래고객은 B신용금고 창구에서 예금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타 금융기관에 계좌이체 송금도 불가능하다.

이러니 고객들로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고객들의 불편은 오는 8월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2002년에는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2백9개 신용금고는 전산망을 하나로 연결해 금고와 금고간은 물론
금고와 은행간에도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8월부터는 23개 금고, 2002년부터는 거의 모든 금고에서 은행에서와
같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게 업계의 계획이다.

전산망 통합이 완료되면 중앙금고는 업계의 중심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금고란 금고의 금고로 은행으로 치면 한국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신용금고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지만 전산망이 통합돼 있지 않아 진척되지
못했었다.

중앙금고는 신용금고가 유동성 위기에 닥쳤을 때에 대비해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게 된다.

각 금고의 여유자금을 콜거래 형식으로 타 금고에 중개도 해준다.

돈이 남아도는 금고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을 대신해 주는 기관투자가의
역할도 맡는다.

신용금고업계에도 투자성과에 따라 수익을 되돌려주는 신탁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중앙금고가 투자하는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
개발되고 개별금고에서는 이 상품을 통해 예금을 유치한다.

신용금고가 발행하는 신용카드도 생긴다.

중앙금고에서 직접 신용카드사를 설립하는 방안과 비씨카드와 제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중앙금고가 설립되고 나면 고객들은 신용금고에서 현금 대신에 자기앞수표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중앙금고 설립으로 신용금고업계는 "지역금융기관"에서 벗어나 수백개
소형금융기관들의 카르텔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


<> 신용금고의 규모가 커진다.

올해부터 신용금고업계에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위험가중부실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일명 신용금고BIS비율)을 기준으로
단계별 조치가 취해진다.

1%미만인 금고는 퇴출되고 5%미만인 금고는 비율을 5%이상으로 올릴 수
있도록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

이에따라 신용금고업계에는 인수합병(M&A) 바람이 전에 없이 거셀 것으로
판단된다.

중견금고들은 소형금고들을 잇따라 인수해 자본금 여.수신고 지점수 등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1천억원 수준인 금고당 평균 여.수신고는 3~4년 내에 1천5백억~2천억원
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철저한 지역밀착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열린금고는 최근 대규모 의류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밀레오레 두산타워 상인들을 주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금고직원들은 상인들을 주고객으로 잡기위해 밤잠을 자지 않는다.

새벽 4~5시까지 객장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직원들은 상가를 돌아다니며 상인들이 그날 번 돈을 금고에 대신 입금시켜
주고 다음날 다시 출금시켜준다.

전문가들은 신용금고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런 지역밀착에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등 거대금융기관이 미처 접근하지 못한 고객들로부터 신용금고는
예금을 유치할 수 있다.

또 까다로운 은행식 신용평가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서민들의 신용도를
평소 맺은 인간관계로 측정할 수 있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