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조직개편안이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쳤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조직개편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기획예산위원회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부처의 공직자들도 내심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고 또 다시 조직개편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공직사회의
동요로 야기된 국가자원의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음을 감안해 볼때 쉽게
꺼낼수 없는게 현실이다.

결국 정부개혁은 물건너 간 것인가.

그러나 체념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확정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절실한 교훈으로 삼는다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은 강구할 수 있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우선 이번 조직개편안의 기초작업을 담당했던 민간경영진단팀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었는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경영진단팀의 건의는 이번 개편안에서 거의 무시된 것과 다름없다.

그럴바엔 정부가 그같은 작업을 왜 추진했는지 이해할수 없다.

46억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그것도 4개월 가까이 행정 공백을
초래할 만큼 공직사회를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결과치고는 허망하기 이를데 없다.

정부는 앞으로 있을 직제개편 등에 민간진단팀의 분석과 건의내용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고 볼 일이다.

또 이번 정부안 확정과정이 과연 적절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두 여당간의 갈등과 타협으로 인해 "이상한 모양"의 정부안이 탄생했다는
지적이 많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큰 일이 아닐수 없다.

최근 국민연금제도의 확대 실시등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국정혼선이 초래된
것도 여권내의 힘겨루기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대두된
터여서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은 아니다.

그것이 내각제 때문이든, 아니면 또다른 정치적 계산이 내제되어 있든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매듭짓고 공동정권의 비능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이번 정부조직및 기능개편이 과거와 다른 점은 민주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의 경영진단이 실시됐고, 각 부처와 정치권은 물론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는 것이다.

외견상 그럴듯한 설명이다.

그러나 논리적 타당성이나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합리성이 결여된채 정당간
부처간 또는 이해당사자들간의 힘겨루기에 의해 나눠먹기식으로 타협된 결과
를 두고 민주적 절차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견강부회다.

"기구 중심"이 아닌 "기능및 운영시스템 중심"의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졌다는
설명도 따지고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기능중심으로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백번 옳은 얘기다.

문제는 유사 중복기능이 정리되려면 기구개편이 자동적으로 뒤따라줘야
한다.

조직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은 기능조정이 없었다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차선책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있을 직제개편을 통해 유사 중복기능을
정리하는 방법이 남아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간 경영진단팀의 건의안은 아직 효용가치가 남아있다고
볼수 있다.

물론 스스로 자기살을 도려내기란 쉽지않을 것이다.

한.일어업협상에서 드러난 해양부의 문제점은 직제개편의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이뤄진 규제개혁 내용이 각 부처의 직제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규제를 50% 줄였으면 행정수요의 상당부분은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작은 정부"의 개념도 좀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구와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정부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작은 정부라고 규정하고
싶다.

규제개혁의 당위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사기능을 늘리는 방법도 고실업시대에 걸맞은 "작은 정부" 달성의 유효한
방법중 하나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더이상 정책실패가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