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인천의 한 법정에서 해프닝아닌 해프닝이 벌어졌다.

판사가 재판진행중에 호출기나 휴대전화 전원을 꺼달라고 몇차례 경고했건만
끝내 휴대전화 신호음을 낸 방청객이 3일간 감치됐다.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판사로서는 감치처분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방청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 그날 단지 운이 무척 나빴을 뿐이다.

상대방이 그에게 전화만 걸지 않았어도 3일동안 그의 신체가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법학도가 아닌 나로서는 어떠한 법률적 접근도 할 수가 없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휴대전화 신호음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곳은 아마도 법정보다는
음악회나 연주회장일 것이다.

연주회에서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소리는 모든 흐름과 느낌을 산산조각
낸다.

그러나 이에 분노한 연주자나 청중들이 휴대전화 소지자를 고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공공장소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의 신호음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은 도덕, 예절의 범위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지, 법의 차원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왜 유독 법정에서만 휴대전화 신호음을 낸 사람이 3일간의 감치에 처해져야
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보면서 판사 스스로가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을 너무 쉽게
사용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혹시나 이럼으로써 의정부.대전법조비리사건 등으로 지금껏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위상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착각은 아닐는지...

< 강민구 서울대 사회교육과3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