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하향세이던 유럽경기는 "코소보 쇼크"로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유로화는 한때 사상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증시도 지난주내내 내리막이었다.

지금은 미국과 일본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의 유가상승으로 물가마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유로가치 약세는 달러화 강세를 촉발하고 이는 다시 엔저로 비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경제의 불안이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고사태가 인접국으로 확산되면서 전면적으로 번지기라도 한다면 유럽은
또다른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다.

<> 유고사태 이전의 동향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었다.

작년의 3.0%에 비해 둔화된 수준이다.

얼마전엔 2.0%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아시아 위기의 여파와 내수위축 등으로 유고사태 이전부터 침체우려가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경제의 기관차격인 독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4.4분기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올해는 2%대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유고사태가 터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독일은 실업률이 11.6%로 사실상 최악의 수준이다.

유럽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될 정도다.

최근에는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물가도 위협받고 있다.

사실 유럽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인플레 우려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가상승으로 원가상승 압력이 커져 기업들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 유고사태의 여파 =유로자산의 "트리플 약세"를 몰고 오고 있다.

유로화가치, 유럽주가, 유럽 국채가격 하락이 그것이다.

출범이후 계속 미국경제의 위세에 짓눌려 약세를 면치 못해온 유로화
가치는 코소보 사태 이후 또한차례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런던시장에서 한때 유로당 1.0715달러까지 밀려 출범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달러화는 유로화뿐 아니라 엔화에 대해서도 1백20.45엔까지 치솟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국가들의 국채가격도 맥을 쓰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미국 국채로 몰리고 있어서다.

그 바람에 10년만기 독일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 3.96%에서 순식간에
4.04%로 뛰어올랐다.

헝가리 같은 동구권국가들은 아예 국채발행을 연기해야 될 정도다.

ABN암로은행의 관계자는 "코소보 사태로 유럽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져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탈유럽" 조짐이 뚜렷하다.

특히 최근 일본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유럽증시의 자금이 일본
으로 이탈하고 있다.

협상설이 제기되면서 29일 주가와 유로화가치가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다.

그러나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양측이 명분확보에 집착해 공격을 강화할
경우엔 시장은 더 큰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 향후 전망 =나토와 유고측간의 협상성사여부가 결정적인 변수다.

전격적으로 타결된다면 유럽경제는 곧바로 활력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협상결렬땐 상황악화가 불가피하다.

유럽경제의 불안양상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경기둔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유로랜드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ECB(유럽중앙은행)가 본질적으로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시하지만 경기둔화를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어서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