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대 "마쓰시타(일본빅터)"간의 기나긴 비디오 전쟁이 끝났다.

베타방식 대 VHS방식이 대립이 끝난 것이다.

일본 가전업계의 양대 기둥인 소니와 마쓰시타는 지난 20여년동안 계속해온
비디오 전쟁을 중단하고 가정용 디지털비디오 "D-VHS"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두회사가 D-VHS를 공동개발해 올해안에 상품화하겠다는 것이 이날 합의안의
골자다.

이번 협력에 따라 빅터측은 마쓰시타전기및 히타치제작소와 공동개발한
D-VHS기술을 제공하고 소니는 디지털 음성이나 영상을 고속으로 송수신하는
"IEEE 1394인터페이스" 기술을 내놓게 된다.

이들 기술을 접합, D-VHS방식의 비디오데크를 상품화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이들의 긴 전쟁을
끝내게 만든 셈이다.

D-VHS는 기존의 VHS테이프와 같은 크기의 테이프에 디지털방식으로 영상이나
음성을 기록할 수있는 기술로 위성이나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프로그램을
화질그대로 녹화할 수 있다.

물론 애널로그 방송도 현재 방식대로 녹화한다.

IEEE는 디지털 음성및 영상을 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접속규격을
말한다.

이를 채택할 경우 PC조작을 통해 비디오카메라나 미니디스크(MD)를 간단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

사실 비디오 규격을 둘러싼 빅터와 소니의 싸움은 일본 가전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이다.

소니가 75년 베타방식으로 첫 판매에 들어갔으나 이듬해 빅터가 VHS방식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 전쟁의 막이 올랐었다.

히타치 샤프 미쓰비시전기 마쓰시타전기 도시바 산요전기가 잇따라 VHS방식
을 채택했고 VHS는 80년대 중반 완전한 승리를 굳혔다.

창업이래 처음으로 큰패배를 맛본 소니는 뒤늦게 88년에 VHS사업에
뛰어들었고 껄끄러운 빅터 대신 히타치를 파트너로 삼았다.

현재 소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5%.마쓰시타(18%)에 이은 두번째다.

팽팽한 접전이었던 셈이다.

이번 양사의 극적인 협력은 빅터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VHS비디오를 디지털 방송 시대에도 주력사업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니의
네트워크기술이 필요했다.

소니쪽도 디지털 시대의 매체개발에 힘을 쏟기위해 D-VHS분야의 제휴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빅터사의 시미즈 전무는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고 소니의 이하라 상무는
"(전쟁은)오래전 얘기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