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일곱 빛깔의 무지개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3년5개월동안 서울 하늘에 무지개가 뜨지 않았다는 소식이 최근
기상청 발표로 전해졌다.

95년 10월5일 오후4시께 약 8분간 나타났던 무지개가 마지막이었다는 내용
이다.

그러나 이느 곧 해프닝으로 판명됐다.

97년과 지난해에도 여의도 하늘을 비롯해 몇차례 나타난 무지개를 관측.
촬영한 증거가 곧 나왔다.

이처럼 상반된 관측결과가 나온 것은 서울지역 기상을 관측하는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지난 3년간 무지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에 비가 온후 흔히 볼수 있었던 무지개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97년 전국 76개 지역에서 83번 관측됐던 무지개는 지난해의 경우
41곳에서 44번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대 대기과학과 임규호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해져 구름입자
크기가 작아지면서 무지개를 관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무지개가 공기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에 밀려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 무지개는 어떻게 생기나

무지개는 공기중에 존재하는 물방울에 빛이 반사되거나 굴절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방울이 들어오는 빛을 돋보기처럼 굴절시킨후 오목거울과 같이 반사시켜
나타난다.

비가 갠 후 햇빛이 비추어야 무지개가 나타나는 이유다.

무지개가 뜨는 곳은 관측하는 사람이 태양을 등지고 섰을때 맞은편이다.

태양과 관측자를 일직선으로 그은 선을 중심으로 반각 42도정도에서 뜨는
무지개가 가장 뚜렷히 보인다.

무지개는 반원 형태로 원 안쪽이 보라색, 바깥쪽이 빨간색을 띤다.

가끔은 하나의 무지개 밖에 또 하나의 무지개가 둘러싸는 쌍무지개가
뜨기도 한다.

쌍무지개는 한번 물방울에 반사되거나 굴절된 빛이 다시 물방울을 통과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쌍무지개중 안쪽의 작은 무지개를 1차 무지개, 바깥쪽의 약간 희미한
무지개를 2차 무지개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것은 2차 무지개는 색배열이 1차 무지개의 반대라는 점이다.

2차 무지개의 안쪽이 빨간색, 바깥쪽이 보라색이다.

<> 왜 일곱 빛깔인가

무지개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일곱 빛깔로 보이는 것은
빛의 파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빛은 아무 색이 없지만 사실은 0.39미크론m에서 0.74미크론m
(1미크론m은 1백만분의 1m)까지의 파장을 갖는 다양한 광선으로 구성된다.

이 빛을 우리 눈이 인식할수 있다는 의미에서 가시광선으로 부른다.

가시광선이 물방울에 의해 굴절.반사될때 파장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시광선이 본래 갖고 있던 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파장이 긴 빛은 빨간색으로 파장은 0.72미크론m 이상, 짧은 것은 보라색
으로 0.4미크론m 이하이다.

그 중간에 있는 빛의 색깔이 파장이 긴 순서대로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국내 무지개 발생현황

기상청이 운영하는 관측소는 전국에 87개소가 있다.

당연히 무지개가 뜨는 것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관측소의 무지개 발생현황이 공식적인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지난 97년의 기록은 전국 76개 관측소에서 83번 무지개를 관측한 것으로
돼있다.

부산 울산 구미 원주 영월 영덕 울릉도 등 7곳에서 무지개가 2번이상 떴다.

무지개는 7월에 집중적으로 발생, 21번 나타났으며 8월에는 18번이었다.

습도가 높고 비가 자주올 때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습도가 낮은 2월과 3월에는 무지개가 한번도 뜨지 않았다.

그러나 동해안 강릉 울진 영덕에서는 1월에도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무지개가 전국 41개 관측소에서 44번 관측됐다.

97년보다 47% 줄어든 수준이다.

7월에 12번, 8월에 9번 떴으며 2월, 3월, 5월에는 전국적으로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 무지개 왜 사라지고 있나

무지개는 공기중에 존재하는 물방울이 엉겨붙어 크기가 커질수록 빛을 많이
반사해 선명해진다.

즉 물방울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만 또렷한
무지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무지개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기상연구소 원격탐사연구실의 정효상 박사는 "대기오염으로 공기중에
먼지가 많아지면 이 먼지가 습기를 빨아들여 물방울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처럼 좁은 지역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면 공기오염도
심하고 주변보다 기온이 높은 열섬(Heat Island)현상 등이 나타나 무지개를
쫓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섬을 만드는 오염원은 아황산가스(SO2) 이산화질소(NO2)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등을 비롯 납 등 중금속, 타이어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이다.

특히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로 97년 총 오염원 배출량의 41.1%(환경부
집계)를 내뿜었다.

산업(26.9%) 발전소(17.1%) 난방(5.7%)이 뒤를 이었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가 우리로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