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은 사람의 거주를 불허하는 혹독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지만
펭귄에게는 낙원이다.

남극의 최저 기온은 섭씨 영하 89도.

연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 50도에 바람은 최고 시속 3백20km로 매섭게 분다.

여기에다 눈사태로 지형이 바뀌기도 한다.

도저히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다.

펭귄은 지구상에 17종이 있지만 이중 4종이 남극에 서식하고 있다.

황제, 아데리, 수염, 젠투 펭귄이 그들이다.

황제펭귄은 이들중 가장 큰 종이다.

키가 1.1m에 체중은 40kg으로 생후 2년부터 가을철에 산란을 하고 20세까지
번식에 참여한다.

펭귄들은 단체 생활에 철저하다.

부부의 연을 맺게 되면 일생 동안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는게 그들이다.

단체생활을 하면서 상대가 희생되도 절대로 재혼하지 않는다.

남은 일생동안 무리를 위해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한다.

탁아소 보모나 외부의 적이 침입하는 것을 사전에 알려주는 파수병 역할도
마다 않는다.

이혼을 쉽사리 결정하고 재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새다.

황제펭귄은 가을철이 되면 단체 생활에서 벗어나 짝과 함께 신방을 차린다.

암컷이 1개의 알을 낳아 수컷에게 인계하면서 뜨거운 부성애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수컷은 발등위에 알을 올려 놓고 몸통을 30도 구부려 뱃가죽으로 알을
덮는다.

이런 자세로 60일동안 식음을 전폐한다.

기아와 사경을 헤매면서도 알을 떨어뜨리거나 깨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암컷은 알에서 새끼가 깨어 나오기 하루나 이틀전에 여행에서 돌아온다.

마치 자기가 부화한 것처럼 긴 부리로 새끼를 핥아주는 얌체 짓을 한다.

그래도 수컷은 아랑곳 않고 부화 기간중 45% 정도 빠진 체중을 회복키 위해
배를 채우러 바닷가를 찾는다.

새끼와 암컷의 파수병 노릇을 하기 위해 멀리 떠나지 않고 인근 바닷속에서
먹이를 구한다.

생후 2년된 수컷이 부화에 성공하는 확률은 32%.

그러나 10년 정도의 경험을 쌓은 수컷은 성공율이 90%에 달한다.

새끼는 짙은 적갈색의 솜털을 갖고 있으며 털갈이를 할때까지 부모의
보호속에서 살아간다.

생후 2주일이 지나면 중심을 잡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부모는 물고기 사냥을 나가기 전에 새끼를 탁아소에 맡긴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새끼들은 보모로 활동하는 과부 펭귄을 통해 단체생활
의 규율과 협동심 및 봉사정신등을 배우게 된다.

급작스럽게 날씨가 변하는 곳이 남극이다.

폭풍 해일 등을 동반하면서 기온이 급강하하면 새끼들은 체온이 떨어져
죽을 것처럼 날뛴다.

보모들은 새끼펭귄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추위를 이겨 내는 방법을 가르친다.

새끼들은 서로 몸통과 날개 깃을 비비고 두발을 움직임으로써 체온을
유지할수 있다는 지혜를 체험을 통해 터득한다.

보모들의 교육방식은 스파르타식으로 강도가 높다.

탁아소의 엄격한 단체교육속에서도 서로 눈이 맞은 새끼 암수컷은 사랑을
키운다.

부모 펭귄의 합의하에 한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하고 그들은 무리속의 독립
생활을 하게 된다.

새끼들이 결혼해 분가한 후에도 수컷 펭귄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새끼들
주변을 빙빙돌면서 파수병 역할을 한다.

황제펭귄은 분명 모성애보다 부성애가 강한 새이다.

< 서울대 수의학과 초빙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