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공기업] "중간만 하자" 악습 사라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달 재정경제부와 포철 한전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만큼 주주들에게 대규모 배당을 해줘야
한다"(포철 한전)
"경영을 잘해서라기 보다 자산매각이나 구조조정으로 생겨난 이익인데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은 맞지 않다"(재경부)
재경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포철은 당초 계획대로 25% 배당률을 주총에
올려 승인을 받았다.
한전도 당초 계획(12~15%) 범위내인 12%로 배당률을 결정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도 힘든 사례다.
제아무리 경영결과가 좋아도 재경부가 한마디하면 못이기는체 수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 지분에 영향을 받는 공기업 입장에서 정부 재산을 총괄 관리하는
재경부는 매서운 "시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배당률을 둘러싼 이 해프닝은 공기업들의 달라진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겠다"는 최고경영자들의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는 경영혁신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공기업사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과정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채택했다.
능력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공채 이후엔 실적이 나쁠 경우 중도 탈락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왔다.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 결과가 나쁜 곳은 사장을 경질하겠다는
기획예산위원회의 발언이 그것이다.
최고경영자로선 경영실적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공기업사장 자리는 이제 더이상 선거후의 논공행상 대상이 아니다.
물론 사장 혼자 경영책임을 진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 전체가 같이 움직여 줘야 더 나은 효율을 거둘 수 있다.
공기업들이 앞다퉈 경영계약제를 도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장과 임원, 임원과 고위간부 사이에 경영계약을 맺고 목표달성에 실패
하면 바로 불이익을 줘 책임경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공기업들은 이 제도를 전직원 대상으로 조만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고위간부와 직원들 사이에 경영계약이 체결되면 "철밥통" 신화는 자연스레
붕괴된다.
실적.효율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는 톱다운(top-down) 형태로
공기업내에 확산되고 있다.
이윤을 공기업활동의 잣대로 활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높은 비용을 치렀던 분야는 재검검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장기계약으로 높은 값에 들여오던 유연탄의 상당분을 스폿시장
으로 돌렸다.
스폿시장에서 싼값에 안심하고 매입할 수 있는데 굳이 고가에 장기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석유공사도 다른 용도로 써서는 절대 안되는 시설로 여겨졌던 비축
기지를 이용해 돈버는 장사를 시작한다.
석유메이저 원유를 비축해 주고 보관료를 받는 사업이다.
다른 공기업들도 이익을 내는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비스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고객헌장을 채택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된다.
공기업들은 대표적인 악습으로 꼽힌 "평균만 하자"는 태도에도 철퇴를
가하고 있다.
연봉제나 성과급은 신선한 느낌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연봉을 책정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러면 연봉이 직전 연도보다 줄어드는 사례도 생겨난다.
평균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인사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조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분발을 촉구하려는 취지다.
일부 공기업이 시행중인 다면평가제가 이 범주에 속한다.
상사가 부하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부하가 상사를, 자기가 자기 자신을
평가한 3가지 자료를 종합해 최종 평가를 내리는 제도다.
이러면 불평 불만의 소지는 줄어 들게 된다.
있던 사람까지 자르며 효율성을 높이는 마당에 업무라고 외부에 발주하지
않을리 없다.
경비용역이나 요금책정업무, 요금미납자 관리같은 주변업무들은 과감하게
아웃소싱하고 있다.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추진한지 1년이 지난 지금 공기업들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경영스타일을 바꿔 가고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 공기업 경영스타일 변화상 ]
<> 최고 경영자
- 기존 : .신분보장
.논공행상 성격
- 경영혁신후 : .실적 나쁘면 퇴진 가능
.공모가 주류
<> 인사
- 기존 : .연공서열 중시
.평균만 하자
- 경영혁신후 : .다면평가제 도입
.못하면 퇴출
<> 업무 방향
- 기존 : .공익성 우선
.비용개념 없음
- 경영혁신후 : .수익성 중시
.효율 떨어지는 사업 포기
<> 경쟁 기반
- 기존 : .없음
.철밥통 신화 가능
- 경영혁신후 : .연봉제 성과급제 도입
.능력 따라 평가
<> 외부 발주
- 기존 : .가급적 자제
.내부인력 활용
- 경영혁신후 : .주력업무 아니면 아웃소싱
.외부인력 활용으로 저비용 가능
========> 경쟁력 확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만큼 주주들에게 대규모 배당을 해줘야
한다"(포철 한전)
"경영을 잘해서라기 보다 자산매각이나 구조조정으로 생겨난 이익인데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은 맞지 않다"(재경부)
재경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포철은 당초 계획대로 25% 배당률을 주총에
올려 승인을 받았다.
한전도 당초 계획(12~15%) 범위내인 12%로 배당률을 결정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도 힘든 사례다.
제아무리 경영결과가 좋아도 재경부가 한마디하면 못이기는체 수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 지분에 영향을 받는 공기업 입장에서 정부 재산을 총괄 관리하는
재경부는 매서운 "시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배당률을 둘러싼 이 해프닝은 공기업들의 달라진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겠다"는 최고경영자들의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는 경영혁신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공기업사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과정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채택했다.
능력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공채 이후엔 실적이 나쁠 경우 중도 탈락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왔다.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 결과가 나쁜 곳은 사장을 경질하겠다는
기획예산위원회의 발언이 그것이다.
최고경영자로선 경영실적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공기업사장 자리는 이제 더이상 선거후의 논공행상 대상이 아니다.
물론 사장 혼자 경영책임을 진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 전체가 같이 움직여 줘야 더 나은 효율을 거둘 수 있다.
공기업들이 앞다퉈 경영계약제를 도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장과 임원, 임원과 고위간부 사이에 경영계약을 맺고 목표달성에 실패
하면 바로 불이익을 줘 책임경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공기업들은 이 제도를 전직원 대상으로 조만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고위간부와 직원들 사이에 경영계약이 체결되면 "철밥통" 신화는 자연스레
붕괴된다.
실적.효율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는 톱다운(top-down) 형태로
공기업내에 확산되고 있다.
이윤을 공기업활동의 잣대로 활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높은 비용을 치렀던 분야는 재검검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장기계약으로 높은 값에 들여오던 유연탄의 상당분을 스폿시장
으로 돌렸다.
스폿시장에서 싼값에 안심하고 매입할 수 있는데 굳이 고가에 장기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석유공사도 다른 용도로 써서는 절대 안되는 시설로 여겨졌던 비축
기지를 이용해 돈버는 장사를 시작한다.
석유메이저 원유를 비축해 주고 보관료를 받는 사업이다.
다른 공기업들도 이익을 내는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비스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고객헌장을 채택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된다.
공기업들은 대표적인 악습으로 꼽힌 "평균만 하자"는 태도에도 철퇴를
가하고 있다.
연봉제나 성과급은 신선한 느낌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연봉을 책정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러면 연봉이 직전 연도보다 줄어드는 사례도 생겨난다.
평균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인사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조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분발을 촉구하려는 취지다.
일부 공기업이 시행중인 다면평가제가 이 범주에 속한다.
상사가 부하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부하가 상사를, 자기가 자기 자신을
평가한 3가지 자료를 종합해 최종 평가를 내리는 제도다.
이러면 불평 불만의 소지는 줄어 들게 된다.
있던 사람까지 자르며 효율성을 높이는 마당에 업무라고 외부에 발주하지
않을리 없다.
경비용역이나 요금책정업무, 요금미납자 관리같은 주변업무들은 과감하게
아웃소싱하고 있다.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추진한지 1년이 지난 지금 공기업들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경영스타일을 바꿔 가고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 공기업 경영스타일 변화상 ]
<> 최고 경영자
- 기존 : .신분보장
.논공행상 성격
- 경영혁신후 : .실적 나쁘면 퇴진 가능
.공모가 주류
<> 인사
- 기존 : .연공서열 중시
.평균만 하자
- 경영혁신후 : .다면평가제 도입
.못하면 퇴출
<> 업무 방향
- 기존 : .공익성 우선
.비용개념 없음
- 경영혁신후 : .수익성 중시
.효율 떨어지는 사업 포기
<> 경쟁 기반
- 기존 : .없음
.철밥통 신화 가능
- 경영혁신후 : .연봉제 성과급제 도입
.능력 따라 평가
<> 외부 발주
- 기존 : .가급적 자제
.내부인력 활용
- 경영혁신후 : .주력업무 아니면 아웃소싱
.외부인력 활용으로 저비용 가능
========> 경쟁력 확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