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공기업] 구조조정..경영혁신..변화는 공기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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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초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웍은 공기업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내용을 게시판과 E메일에 올렸다.
공석중인 광주지점장을 직급에 관계없이 사내공모로 임명한다는 것이었다.
광주지점은 9개의 한전정보네트웍 지점 가운데 부산 대구 대전과 함께 주요
4대 지점으로 꼽히는 곳.
그만큼 지점장 자리도 요직으로 꼽히는 셈이다.
그런 자리를 공개모집으로 뽑는다고 했으니 파격도 여간한 파격이 아니었다.
응모자는 부장급 2명과 차장급 5명 등 7명.
경력이 그리 많지는 않은 소흥섭(39) 차장이 발탁됐다.
소 차장이 케이블TV 산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라는 점이 배경이었다.
그가 개발한 "전송로 분리시험기"는 미국 최대 케이블TV인 타임워너브라더스
도 탐내는 기술로 평가된다.
그동안 연공서열이 암묵적인 인사원칙으로 통하던 공기업들에 이 일은
직급파괴의 신호탄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공기업 문화가 확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시스템 도입에서 비롯된 변화가 눈에 띈다.
"공기업이 뭡니까. 취직만 되면 준공무원 신분이 주어지고 평생 직장이
보장된다는 점이 매력이었잖습니까. 그런 면에서 공기업들은 이제 ''매력
빵점''입니다"
A공사의 한 직원은 "제품가격이 공공요금과 연결돼 있어 월급은 적었지만
공기업을 택한 것은 경쟁이 덜하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후배들이
공기업을 택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안정된 직장"이란 말은 지난해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려 이미
전설처럼 돼버렸다.
정년까지 밥그릇(직장생활)을 챙길 수 있다고 해서 붙었던 "철밥통"이란
오명도 이제는 옛 얘기가 됐다.
연봉제니 성과급제니 다면평가제니 하는 선진 제도들이 잇달아 도입되고
있다.
자리보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고위간부는 물론 사장 임원들도 경쟁의 틀 속에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영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한 경영목표를 달성한다면 인센티브를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바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래도 일을 찾을 수 밖에 없다.
B공사 P과장은 "사람은 줄었지만 업무는 그대로여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면서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퍼져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생각"
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아웃소싱도 점차 정착되고 있다.
상당폭의 업무를 외부에 발주할 태세이다.
전력요금 계산 및 송배전 선로 통신망 유지보수 등을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웍에 위탁 운영중인 한전은 요금 미납자 데이터 관리 등도
아웃소싱대상으로 정했다.
가스공사도 배관망 시스템 개발 등 전산부문과 차량 유지보수, 생활관 운영
등을 외부에 위탁형태로 운영키로 했다.
일부는 이미 아웃소싱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비축기지 경비용역과 시추선 하위직 용역부문을 외부에 맡겨
운영중이다.
여천과 곡성 등 올해 준공되는 비축기지 두곳도 외부인력 대체가 가능한
부문은 외주로 넘길 계획이다.
C공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그동안 노조와의 관계나 공기업 문화상 아웃소싱
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관련 인력의 복지 후생비를 줄이고 조직 슬림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아웃소싱 분야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 공기업들을 경쟁시스템으로 몰아 넣으면서 그동안
민간기업과 달랐던 공기업문화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
힘든 내용을 게시판과 E메일에 올렸다.
공석중인 광주지점장을 직급에 관계없이 사내공모로 임명한다는 것이었다.
광주지점은 9개의 한전정보네트웍 지점 가운데 부산 대구 대전과 함께 주요
4대 지점으로 꼽히는 곳.
그만큼 지점장 자리도 요직으로 꼽히는 셈이다.
그런 자리를 공개모집으로 뽑는다고 했으니 파격도 여간한 파격이 아니었다.
응모자는 부장급 2명과 차장급 5명 등 7명.
경력이 그리 많지는 않은 소흥섭(39) 차장이 발탁됐다.
소 차장이 케이블TV 산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라는 점이 배경이었다.
그가 개발한 "전송로 분리시험기"는 미국 최대 케이블TV인 타임워너브라더스
도 탐내는 기술로 평가된다.
그동안 연공서열이 암묵적인 인사원칙으로 통하던 공기업들에 이 일은
직급파괴의 신호탄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공기업 문화가 확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시스템 도입에서 비롯된 변화가 눈에 띈다.
"공기업이 뭡니까. 취직만 되면 준공무원 신분이 주어지고 평생 직장이
보장된다는 점이 매력이었잖습니까. 그런 면에서 공기업들은 이제 ''매력
빵점''입니다"
A공사의 한 직원은 "제품가격이 공공요금과 연결돼 있어 월급은 적었지만
공기업을 택한 것은 경쟁이 덜하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후배들이
공기업을 택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안정된 직장"이란 말은 지난해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려 이미
전설처럼 돼버렸다.
정년까지 밥그릇(직장생활)을 챙길 수 있다고 해서 붙었던 "철밥통"이란
오명도 이제는 옛 얘기가 됐다.
연봉제니 성과급제니 다면평가제니 하는 선진 제도들이 잇달아 도입되고
있다.
자리보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고위간부는 물론 사장 임원들도 경쟁의 틀 속에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영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한 경영목표를 달성한다면 인센티브를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바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래도 일을 찾을 수 밖에 없다.
B공사 P과장은 "사람은 줄었지만 업무는 그대로여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면서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퍼져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생각"
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아웃소싱도 점차 정착되고 있다.
상당폭의 업무를 외부에 발주할 태세이다.
전력요금 계산 및 송배전 선로 통신망 유지보수 등을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웍에 위탁 운영중인 한전은 요금 미납자 데이터 관리 등도
아웃소싱대상으로 정했다.
가스공사도 배관망 시스템 개발 등 전산부문과 차량 유지보수, 생활관 운영
등을 외부에 위탁형태로 운영키로 했다.
일부는 이미 아웃소싱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비축기지 경비용역과 시추선 하위직 용역부문을 외부에 맡겨
운영중이다.
여천과 곡성 등 올해 준공되는 비축기지 두곳도 외부인력 대체가 가능한
부문은 외주로 넘길 계획이다.
C공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그동안 노조와의 관계나 공기업 문화상 아웃소싱
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관련 인력의 복지 후생비를 줄이고 조직 슬림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아웃소싱 분야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 공기업들을 경쟁시스템으로 몰아 넣으면서 그동안
민간기업과 달랐던 공기업문화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