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을 기한내에 처리하지 않았을 경우 소정의 보상금을 드립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속도로 서비스 헌장''을
선포했다.

서비스헌장엔 고속도로 건설, 유지보수 등 6개 핵심 서비스의 이행목표나
기준을 계량화해 담았다.

''공사계획은 1주일전에 예고하겠습니다''나 ''자동차 10만대당 교통사고
건수를 0.6건 이내로 묶겠습니다''는 식이다.

잘못된 서비스에 대한 시정 및 보상조치도 명시했다.

"도로상에 떨어진 잡물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합리적인 보상을 하겠습니다"란
대목이 그렇다.

교통체증에 따른 보상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도 달았다.

뿐만 아니다.

모든 전화는 20초내에 받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민원 즉시 처리제"와 "민원 1회방문 처리제"를 도입해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고객과의 약속도 내걸었다.

공기업들이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단면이다.

한국전력 등 19개 주요 공기업은 오는 5월부터 고객헌장을 만들어 시행할
방침이다.

고객헌장엔 기업별 서비스 기준과 잘못된 서비스에 대한 시정 및 보상조치
가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국민에게 질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을 주인인 동시에 고객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헌장의 원조는 영국의 시민헌장제도(Citizen"s Charter).

이 제도는 지난 91년 7월 공기업 경영혁신과 함께 서비스 질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메이저 총리의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국정부는 시민헌장을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승객(Passenger), 환자
(Patients), 학부모(Parents) 등 3P분야에 먼저 도입한뒤 다른 분야로
확대해 나갔다.

또 시민헌장을 충실히 수행한 기관을 선정해 포상하는 "클락 마크"(Clark
Mark)제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실제로 시민헌장제를 도입한 이래 공기업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국립소비자보호원이 내놓은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우체국의
서비스 만족도는 시민헌장제 도입이후 28%에서 40%로 뛰어올랐다.

수도와 철도등에 대한 만족도도 각각 5%와 1%씩 높아졌다.

미국도 지난 93년 "고객서비스기준"을 마련해 고객의 요구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및 서비스 수준에 불만이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 등을 알리고
있다.

정숭렬 도로공사 사장은 서비스 헌장 선포식에서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고객 만족도를 조사해 서비스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고객헌장은 서비스 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한 공기업 노력의 시작이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114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를통해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연간 42억원의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세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수출컨설팅 팀을 발족시켜 수출농가에 포장 통관 검역
등 수출관련 서비스를 "원 스톱(one-stop)"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객밀착형 서비스를 위해 사무실에서 벗어나 이동 컨설팅에도 나섰다.

관광공사는 관광환경 파수꾼제와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운동 등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국민과 함께 하는 공기업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가스공사가 본부장들과 경영계약을 맺은 데엔 책임경영제를 뿌리내리겠다는
의도뿐이 아니다.

여기엔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가스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밖에 24개 주요 공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하고 국제품질보증(ISO)을
획득하는 등 다양한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