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전
정기 주주총회.

지난해부터 한전이 벌여온 경영혁신 조치에 대해 주주들이 평가하는 자리
이기도 했다.

한 주주가 주총 의장인 장영식 사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말문을 열었다.

"당기순이익이 1조1천억원이나 났고 배당도 12%나 준다니까 더이상 반가울
게 없다"

자신을 소액주주로 소개한 다른 주주는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가관리까지
해줬다"며 "앞으로도 장 사장과 임원들이 잘해달라고 격려하자"며 박수를
유도했다.

당연히 주총 안건은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지난 1년 동안 펼쳐진 한전의 경영혁신에 대해 주주들은 일단 합격점을 준
셈이다.

한전이 경영혁신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한전 역사상 처음 실시된 사장 공채에서 뽑힌 장 사장이 취임한 직후다.

장 사장은 취임한 다음날 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민간기업으로 치면 전무에 해당하는 집행간부를 25% 감축하고 본사의 7개
처(실)를 축소했다.

"때를 놓치면 과감한 구조조정이 힘들어 진다"는 게 장 사장이 설명한
전격인사의 배경.

이후 본격적인 군살빼기에 들어가 집행간부 4명, 14개 처(실), 41개 부,
사업소 29개를 폐지했다.

직제감축과 명예퇴직으로 덜어 낸 인력은 3천7백65명.

정부 목표보다 39%를 초과 달성했다.

거대 공룡 한전에 지난 한해는 변화에 도전하는 시기였던 셈이다.

오는 5월 처(실)장급 이상은 사장과 경영계약을 맺는다.

이러면 매년 업무실적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인센티브 성과급도 받게
된다.

자리만 지키면 정년이 보장되는 시절은 옛날이 됐다.

조직과 함께 사업부문도 슬림화됐다.

"곁가지 사업은 없앤다"는 장 사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정보통신 회사 출자
지분을 처분키로 했다.

해외에서 벌이던 자원개발사업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을 제외하곤 모두
포기했다.

전산업무도 아웃소싱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한해 8백4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슬림화된 조직으로 업무를 처리하니까 노동생산성도 당연히 올랐다.

1인당 7백21만kWh였던 전력판매량은 지난해 7백32만kWh로 뛰었고
노동생산성은 1.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전이 경영혁신 과정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부문은 연료비와 노후
발전설비.

높은 가격에 장기로 맺어진 유연탄은 수입계약을 재조정했다.

대신 가격이 크게 하락한 현물시장에서 사들이는 물량을 늘렸다.

외화지출을 감안해 국내산 무연탄 발전을 늘렸다.

발전연료 저가구매로 1억4천만달러를 벌었고 무연탄 사용으로 1억2천만달러
어치의 외화를 절약했다.

경영혁신은 노후 발전설비 매각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노후한 군산.영월 복합화력발전소를 국제 입찰에 부쳐 5천5백70만달러에
팔았다.

고철값만 받던 기존과는 매우 다른 변화다.

한전은 또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성능복구공사와 중국 진산원전 시운전요원
교육, 대만 포모사 화력 운전자문 용역, 북한 KEDO원전 건설사업 등을 통해
3천7백39만달러를 벌어 들였다.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씀씀이까지 줄인 덕택에 한전은 지난해 외채규모를
98억8천만달러로 묶어 놓는데 성공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난해말 한전 외채는 1백12억달러로 불어났어야 했다.

공급위주의 장기전력 수급계획을 수요관리, 기존설비 활용 극대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2015년까지 1백52만kW의 발전소 건설계획을 축소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3기를 건설해야 나오는 전력.

원전 1기당 7억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20억달러 이상을
절약했다는 얘기가 된다.

수요관리와 발전소 수명을 연장해 전력 6백46만kW를 세이브, 11조원의
투자비를 아낄 수 있었다.

지난해 증시안정과 주주보호를 위해 사들인 자사주도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전은 올해 본격화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앞두고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09년까지 구조개편이 이뤄지면 한전은 발전.배전을 떼어낸 송전회사
의 역할을 하게 된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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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의 주요 경영실적 ]

<> 매출액 - 1997년 :13조1,162억원 -> 1998년 :14조819억원
<> 당기순이익 - 1997년 :5,606억원 -> 1998년 :1조1,017억원
<> 배당률 - 1997년 :9% -> 1998년 :12%
<> 노동생산성 - 1997년 :721만kwh -> 1998년 :732만kwh
<> 인원 - 1997년 :39,454 -> 1998년 :33,502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