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전은 "곁가지 사업"을 쳐내는 한편 수익성을 기업활동의 잣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은둔의 세월"을 마치고 홍보활동도 활발히 전개했다.

외부에 기업가치가 알려져야 기업이 제 성가를 발휘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한전은 이례적인 자료를 배포했다.

낡아버린 군산복합화력 발전설비를 2천7백50만달러를 받고 팔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군산복합은 20년간 가동돼 9월1일자로 폐지결정이 난 설비.

이 결정대로라면 말그대로 고철 덩어리다.

한전은 일단 폐지 결정이 난 발전설비는 고철로 팔아왔다.

그런데 천문학적 금액에 팔렸으니 눈길을 끈 것이다.

스토리는 이렇다.

지난해 미국은 엘니뇨현상으로 이상고온이 발생해 전력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장기 기상예보가 잇따랐다.

미국의 발전사업자들로선 사정이 다급해졌다.

전력공급이 부족하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여름이전에 발전설비를 갖추는 방안을 찾았고 노후설비 성능을
개선해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의 이런 사정을 감지한 한전은 군산복합을 경쟁입찰에 부쳤다.

미국업체 4곳이 서류를 접수했고 응찰가가 가장 높은 "나톨 터빈
엔터프라이즈(NTE)"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계약자가 설비를 자기비용으로 철거.운송하는 조건.

NTE는 이 설비를 업그레이드시켜 미시시피지역 발전소에 설치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영월복합화력도 동일한 형태로 2천8백20만달러에 팔았다.

수익성을 중시한 경영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6월초 국내 증시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소문이 퍼졌다.

"한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따라서 주가도 곧 오를 것"이라는 예상
이었다.

당시 IMF사태로 자금난이 심하던 때라 대부분의 반응은 "설마"였다.

하지만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만3천원대에서 연말에는 3만원대까지
올랐다.

당시 한전이 쏟아 부은 자금은 1천20억원이나 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한전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관리를 해주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주주들
에게 심었다.

자본시장에서 주주들의 호불호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계량화되지
않는 엄청난 무형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물론 한전은 사들인 자사주 가격이 올라 1천4백37억원의 주식평가이익(98년
말 기준)도 거뒀다.

보통 국내 주가가 오르면 해외증시에 상장된 한전 주식예탁증서(DR)도 뛰게
마련이다.

정부가 지난 26일 한전지분 5%를 DR형태로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그만큼
매각이익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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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혁신 사례 ]

<> 인력 - 3,675명 감축
<> 연료비 절감 - 발전용연료 수입축소 : 1억2천만달러
유연탄 저가 구매 : 1억4천만달러
<> 노후 발전설비 매각 - 군산.영월 복합 : 5천5백70만달러
<> 자사주 매입 - 평가익 발생
(국내매각 1,437억원 / 해외DR매각 2,213억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