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산업 발전에 필요한 산업자금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해 온
산업은행.

IMF한파는 이러한 산업은행의 긍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한보 기아 등 국내굴지의 그룹들이 연달아 넘어가고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해지자 위상은 급격히 축소됐다.

공적자금 5조4천1백70억원이 투입되는데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그러던 산업은행이 올해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거액예금자를 위한 VIP센터를 늘리는등 예금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책금융이나 취급하던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똑같이 "영업"에 나섰다.

올해는 투자은행업무도 새로 시작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시책에 맞춰 자본직접투자, 회사채발행 주간사,
기업인수합병(M&A)중개, 프로젝트파이낸스 등을 하기 시작했다.

예금을 받아 대출해준다는 전통적인 은행영업과 다르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메릴린치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처럼 증권.투신에서
은행영업까지 포괄하는 종합금융기관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어야했던 산업은행이 경제회복을 선도하고
자본시장을 육성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사실 지난해 5백47명의 직원을 정리하고 29개 점포를 정리하는등 구조조정
노력은 철저했다.

지난 97년말 2천5백25명이던 직원을 세차례에 걸쳐 24.5% 감축, 현재는
1천9백78명에 불과하다.

3급 이상 간부직원 1백99명이 퇴직해 철저히 상위직급 위주로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조직도 대폭 축소했다.

24개 점포에 달했던 해외점포는 10개만 남겼다.

미래의 잠재수요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영업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과감히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조직슬림화를 토대로 산업은행은 투자은행업무를 담당할 국제투자
본부 직원들을 행내공모로 선발했다.

그동안 국제금융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투자은행업무와 접목시켜
시너지효과를 내보자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

여신처리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여신심사역(CO: Credit Officer)과 기업여신전문가(RM: Relationship
Manager)제도등 선진제도를 도입했다.

국제투자본부와 마찬가지로 이들 직군은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국제기준을 수용한 은행 회계처리준칙도 올해부터 시행한다.

연공서열, 온정주의 위주로 이루어지던 인사관행도 올해는 철저히 배격할
방침이다.

발탁인사제, 직급정년제, 팀제 도입 등을 통해 직급과 직위를 분리하는
신인사제도를 더욱 강화했다.

부장이 부하직원인 팀장밑에 근무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젊고 유능한 직원을 조기에 영업점장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1급 부장들이 맡던 지점장을 3급 차장급이 맡는 곳도 생겨났다.

3급 이상 간부직원들에게는 올해부터 연봉제가 적용된다.

외부 인사 영입도 국책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IR(Investor Relations) 및 국제투자은행업무 활성화를 위하여
외국인 전문가를 이사대우급으로 채용했다.

올해도 3명정도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여성지점장도 배출됐다.

보수적인 성격의 국책은행으로서는 대단한 변신이다.

이와 함께 본부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여신거래처를 기업규모별로 계열기업, 비계열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재편함으로써 금융서비스의 차별화를 도모했다.

사업본부제를 둬 임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의 짐을 지웠다.

이같은 경영혁신을 통해 산업은행은 지난해 5조원대의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각오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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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 경영혁신 전략 ]

<> 조직(하드웨어)개혁

.인력감축 : 2,525명->1,978명
.조직축소 : 8본부 30부서 74점포->6본부 22부서 45점포
.자회사감촉 : ->2개
.국제투자본부 신설

<> 업무절차(소프트웨어)개혁

.여신심사 이원화
.각종 위원회제도 도입
.의사결정단계 축소

<> 신인사제도

.직급.직위 분리
.영업점장 공모
.외부전문가 채용
.연봉제 도입

===> 세계적인 종합금융기관으로 발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