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덩치가 크면 복비도 많은 법.

한국의 공기업 민영화는 매각주간사에겐 엄청난 매각수수료를 챙길 황금어장
이다.

세계유수의 금융기관들은 "20세기 마지막 최대의 매물"이 나왔다며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기관들도 파이싸움에 뛰어들었다.

"국부유출을 조금이라도 막자"는 기치를 내걸었다.

바야흐로 공기업 민영화의 무대뒷전에는 매각주간사를 따내려는 브로커들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18일 청와대.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기업인수합병(M&A) 전문회사인 골드만 삭스의 존
코자인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 일행에는 도널드 그레그 고문 등 지한파 정치인이 끼여있었다.

존 코자인 회장은 김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증권시장
에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마치 선심을 쓰는 제스처를 보였다.

방한목적은 골드만 삭스의 서울지점 오픈에 참석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명분과는 달리 골드만 삭스의 회장단이 서울을 찾은 숨은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한국 공기업 민영화시장에서 매각주간사를 따내기 위한 일종의
로비성 행차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뼈아픈 경험을 했다.

포항제철의 주식예탁증서(DR) 해외발행 주간사 선정에서 막판에 탈락했다.

이 건은 포항제철의 본격적인 민영화를 앞둔 전초전 성격이었기에 골드만
삭스의 충격은 컸다.

1차 심사에서 경쟁사인 살로먼 스미스 바니, 메릴린치와 함께 3위안에
들었으나 막판에 한국의 동원증권에 밀린 것.

이후 골드만 삭스는 절치부심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골드만 삭스의 존 코자인 회장이 청와대를 찾기 전에 이미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코만스키 회장과 리먼 브라더스의 회장단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갔다.

한국 공기업 민영화 시장에서 가장 약진을 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는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사.

국내 금융회사로는 현대증권이 두드러진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한국지점 대표는 김병주씨.

박태준 자민련 총재의 사위다.

때문에 경쟁업체나 주변에선 여권실세인 "TJ"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하거나 주간사 선정기관이 "알아서" 챙겨줄거라는 시샘어린 추측을 하고
있다.

어쨌든 살로먼 스미스 바니는 현재 공기업 매물중 가장 덩치가 큰 포항제철
과 한국전력의 DR발행 주간사로 선정돼 동종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어 한국통신의 DR발행 주간사를 맡은 모건스탠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DR의 매각가격만 총 10억달러이상에 달해 지금까지 공기업물량중 최대규모
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대우증권과 함께 주간사를 따내 올해안에 DR를
팔아주면 매각대금의 2.25%를 챙기게 된다.

돈으로 약2천2백50만달러(원화로 2백70억원)나 되는 엄청난 복비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5년에도 한전의 DR 3억달러어치를 대신 매각해주고 3%인
9백만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

최근 한국중공업의 발전설비 일원화 작업을 담당한 다국적 금융회사인
CSFB(스위스 퍼스트보스톤)와 HSBC(홍콩상하이은행그룹)도 다크호스다.

국내 금융회사로는 현대증권이 단연 강세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와 함께 한국전력의 DR발행권을 따냈다.

이어 한전의 자회사인 부천.안양 열병합발전소의 매각주간사로 ING베어링-
쿠퍼스 컨소시엄과 함께 복수선정됐다.

한전은 앞으로 수화력발전소를 분할매각할 예정이다.

최대규모의 공기업 매각에 미국에선 살로먼 스미스 바니, 한국에선 현대증권
이 콤비네이션을 이룬 셈이다.

경험이 일천한 국내 증권회사들은 이처럼 외국계 회사와 한 조를 이뤄
브로커로 나서고 있다.

때문에 수수료 배분시 외국사들이 한국 금융회사보다 2배이상을 챙기고
있다.

앞으로로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굵직굵직한 공기업이 매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주간사 선정경쟁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 정구학 기자 cg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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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공기업 매각주간사 ]

<> 포항제철

- 주간사 : 살로먼 스미스 바니 메릴린치 동원증권
- 매각내용 : DR 3억4천5백만달러(98년12월)

<> 한국전력

- 주간사 : 살로먼 스미스 바니 현대증권
- 매각내용 : DR 10억달러(예정)

- 주간사 : ING베어링-쿠퍼스컨소시엄 현대증권
- 매각내용 : 부천.안양 열병합발전소

<> 한국통신

- 주간사 : 모건 스탠리 대우증권
- 매각내용 : DR 10억달러이상(예정)

<> 한국중공업

- 주간사 : 산업은행 CSFB HSBC
- 매각내용 : 한중매각 및 발전설비 일원화작업

<> 한국가스공사

- 주간사 : 살로먼 스미스 바니 다이와 증권
- 매각내용 : 1천억원 증자

<> 한국담배인삼공사

- 주간사 : 미정
- 매각내용 : 지분매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