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유화 1단계 조치가 4월부터 시행되면 국내 외환시장은 홍콩 싱가포르
등에 버금가는 국제 금융시장으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현재 12억~13억달러 수준인 현물 외환시장은 조만간 2~3배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중 환율변동폭도 더 넓어져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원.달러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도 늘어나고 외화자금도 더 들어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이뤄지는 국제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그러나 단기투기자금(헤지펀드) 등의 공격으로 외환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환차익을 노린 국내 투기꾼들이 가세해 외환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또 외환자유화 이후 환율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어렵게 만든다.

<> 외환시장은 2~3배 커질 전망 =4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는
현재보다 2배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외환거래 실수요증명이 폐지되고 외국인들과 은행들이 자유롭게 거래할수
있게돼 외국인 참여자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싱가포르등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선물환
(forward)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된다.

이 규모는 현재 3억달러 수준이다.

또 환투기를 노리는 외국계 자금들도 몰려올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국내 외환거래규모는 하루
11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22%에 불과하다.

미국(4.33%) 일본(3.54%) 등에 못미친다.

그러나 외환시장이 확대되면 이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은행 국제금융팀 류현정 과장은 "최근 외환거래를 하자는 외국계 기관들
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환율전망은 엇갈려 =경제연구소등에서는 달러 공급이 늘어나 원화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간 10억달러가 더 들어올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단기적으로 약 38억~47억달러의 외화가 더
들어올 전망"이라며 "원화가치는 장기적으로 달러당 9백54~1천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외환딜러들은 원화가치 하락(원달러환율 상승) 가능성을 제기
하고 있다.

내외금리차가 역전된 상황이라 투자목적의 외화자금 유입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5년짜리 외평채(달러화표시) 금리는 7%대 중반인데 반해 3년짜리
국고채(원화표시)는 6%대 후반에 머문다.

외국인들이 환율변동 위험을 무릅쓰며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곧 발행될
외화산금채 등 달러화표시 증권을 사리라는 전망이다.

또 외국인들은 그동안 NDF에서 대부분 환율상승에 대비한 선물환 매수에
집중해 왔다.

환율상승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 외환시장 위험에 대한 대비 필요 =외환거래가 늘어나면서 환율변동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6년까지는 하루 2원 안팎이던 환율변동폭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97년
에는 15.8원으로 커졌다.

올들어 환율변동폭은 다소 줄었으나 재차 늘어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
하고 있다.

또 외환거래 형태가 파생상품으로까지 다양화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환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물환거래를 통해 환리스크를 회피하는 길도 터졌지만 아직 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환위험에 대비한 회피(헤지)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