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0년까지 제주도를 홍콩과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지난달 30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제주도개발
계획안은 3단계로 추진하되 우선 1단계로 오는 2002년까지 출입국제도등을
바꿔 관광자유도시로 만든 다음, 2단계로 2006년까지 비즈니스.물류.교역등의
자유기능을 가진 개방형 도시로 육성하고, 3단계로는 2010년까지 국제금융
중심지 기능을 하는 복합형 국제자유도시로 가꿔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제주도를 국제적인 자유도시로 개발하자는 논의는 여러차례 제기된바
있다. 동북아시아 물류벨트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지정학적 우수성과 풍부한
관광자원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그 배경이었다.

특히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된 이후 자유도시로서의 기능이 다소 쇠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한편, 최근들어 중국과의 인적 물적교류가 늘어
나면서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내용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토개발계획
과의 연계성이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21세기 국토계획안"은 부산 인천 목포 광양을 물류중심의 개방거점으로
삼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또 무산되기는 했지만 건설중인 인천국제공항의
배후도시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는 안을 검토한바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물류중심지 역할을 하는 허브공항으로 건설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
진 사실이다. 과연 그같은 국토개발계획과 어떤 연관하에 제주개발이 이뤄지
는지 분명치가 않다. 물론 정부는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해 내년 상반기까지
제주도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이를 2000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국토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답이 쉽게 나올 사안은 아니다.
이미 완공된 광양항이나 곧 완공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등의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안 마련이 오히려 다급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특히 물류와 금융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지정학적 위치가 좋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각종 사회간접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국제금융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과 눈에 보이지않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제주도개발은 우선 21세기의 국토개발계획과 연계시켜 여타 지역과의 기능
중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활용 가능한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염두
에 둔다면 가장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선 실현 가능성이 높은 관광자유도시 기능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광자유도시로 성공한 연후에 물류및 금융중심지
로서의 기능을 추가해도 늦지않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