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들은 지난해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경제위기로 광고시장이 97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위축되는 바람에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폭 줄여야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외국계 광고회사들은 대부분 취급액을 대폭 늘리며 상위권
에 속속 진입했다.

지난해 30위권 광고회사 가운데 광고취급액이 늘어난 회사는 5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농심기획을 제외한 4개 회사가 외국계였다.

10대 광고회사들의 광고취급액이 평균 30%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보광과 일본 덴츠의 합작회사인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의 초고속 성장
이 돋보였다.

휘닉스는 97년 1백30억원이던 광고취급액을 지난해 4백53억원(증가율
2백49%)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업계 순위가 39위에서 13위로 뛰었다.

올들어서도 삼성전자 냉장고와 삼성증권 광고대행권을 따내는 등 고성장세
를 지속하며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멕켄에릭슨은 지난해 4백53억원의 광고취급실적을 기록, 17위에서 12위로
올랐다.

취급액 증가율은 7.4%.

올해는 휘닉스와 마찬가지로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유로넥스트는 28위에서 21위로, 덴쯔영앤루비컴코리아는 40위에서
30위로 올랐다.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불황도 아랑곳없이 꾸준하게 성장한 것은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국내 광고회사들과는 달리 부담없이 영업에 전념할수
있었기 때문.

고객사중에 외국계 회사가 많은 것도 힘이 됐다.

지난해 실적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경제위기는 외국계 광고회사들에겐
좋은 기회가 됐다.

이들은 국내 광고회사들이 위기에 처한 틈을 이용해 광고회사 인수.합병에
적극 나섰다.

업계에는 이와 관련한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랭킹 10위권에 드는 광고회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루머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초 SK그룹 관계사인 태광멀티애드컴이라는 광고회사가 지분
전체를 미국 유수의 광고회사인 TBWA에 넘겼다.

이에 따라 TBWA코리아가 설립됐다.

외국계 광고회사가 국내 광고회사 주식을 1백% 인수하기는 이것이 처음
이었다.

같은 달 해태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코래드가 스위스 벤처캐피탈인 코론
으로부터 3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해태그룹의 부도로 곤경에 처한 코래드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코래드는 외자유치에 성공한 다음달 대우그룹 전계열사의 광고를 대행키로
함으로써 활로를 뚫었다.

외국 광고회사들의 한국 진출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독립대행사로 이름을 떨치던 웰컴이 프랑스 광고회사인 퓌블리시스
와 공동으로 퓌블리시스-웰컴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서유럽 광고회사로 한국에 진출한 것은 퓌블리시스가 처음이다.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진출은 국내 광고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외국회사들의 진출로 우리나라 광고 수준이 전반적
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해외의 유명한 광고회사들과 손잡고 수준 높은 광고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애써 키워놓은 광고시장을 이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