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것은 초대형 우량기업의 특징이자 기본 요건이다.

세계적인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총 매출의 10% 가까운 액수를 연구개발에
쓰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는 지난 3월15일자에 대형 데이터 저장
장치업체인 EMC를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업체로 선정한 기사를 게재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업체다.

정보통신 부문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아메리카온라인(AOL)보다
지명도에서 훨씬 뒤지는 EMC가 가장 유망한 업체로 선정된 것은 많은 이들
에게 의외였다.

하지만 EMC는 지난 10년간 매출과 순익이 각각 1천3백%와 3천3백%씩 늘어난
우량기업이다.

주가는 10년전보다 무려 3만6천1백96%나 올랐다.

98년 한해에만 주가가 1백67% 뛰었다.

EMC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의 결과다.

평범한 컴퓨터 부품업체였던 EMC가 급부상한 것은 90년.

저장장치 분야를 특화시켜 전문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아래 히트제품을
탄생시킨 뒤부터였다.

이때 나온 저장장치 "시메트릭스"는 기존 제품의 절반 크기에 수백만개의
마이크로 코드를 1백개 미만으로 줄인 콤팩트한 제품이다.

이 제품을 내놓으면서 EMC의 시장점유율은 10%에서 35%까지 올라섰다.

EMC는 올해부터 2001년까지 3년간 10억달러를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연구개발로 큰 회사인 만큼 앞으로의 생존전략도 연구개발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는 전세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연구개발의 산실이다.

75년 역사의 벨연구소가 바로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소속.

트랜지스터 레이저 통신위성 유닉스시스템 이동전화 전전자교환기 고선명TV
등 전자 정보통신 역사를 이끈 주요 제품이 이 연구소를 거쳐 나왔다.

연구인력만 해도 2만4천명에 이른다.

벨연구소는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미국과학상을 7번, 미국기술상
을 5번 받았다.

지금도 하루 평균 3.5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유효 특허건수는
2만5천개에 달한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는 매년 매출의 11%를 벨연구소 지원에 쓴다.

세계적 컴퓨터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네트워크 컴퓨팅환경을 구축 유지하기 위한 연구개발센터도 전세계 8개국에
두고 있다.

다단계 판매업체로 잘 알려진 암웨이도 연구개발 투자를 중시하는 업체다.

브랜드 명성보다는 품질로 평가받는 제품에 승부를 걸고있는 만큼 우수한
품질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주의 본사 연구실에는 4백50명의 연구인력이 신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암웨이는 생활용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등 기초 응용분야에서
2백35건의 특허를 갖고있다.

지금도 3백96건의 특허를 출원중이며 5백개의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중이다.

[ 선진업체, 한국에 연구소개설 붐 ]

한국IBM은 99년까지 총 1천5백만달러를 들여 우리나라에 티볼리 소프트웨어
테스트센터와 티볼리 아태지역 지원센터를 설립한다.

티볼리(Tivoli)는 기업내의 복잡한 전산망을 자동 관리해주는 첨단
소프트웨어.

이전까지 IBM의 티볼리센터는 미국의 텍사스주 휴스턴과 이탈리아 로마등
전세계에 2곳뿐이었다.

지금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쓰이는 티볼리의 테스트는 로마에서 해왔다.

한국IBM 관계자는 "티볼리센터를 한국에 유치했다는 것은 IBM본사가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태지역을 커버하게 될 이 센터는 설치를 놓고 막판까지 대만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대만 연구원을 일일이 인터뷰한 결과 우리나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이 센터는 5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한국모토로라는 98년말 벤처업체 팬택과 협력, "CDMA 엔지니어링"이라는
연구법인을 국내에 세웠다.

이 연구소에서는 50여명의 개발인력이 CDMA 휴대폰과 광대역 CDMA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 루슨트 테크놀로지스는 올초 국내에 세계 11번째로 벨연구소를 설립
했다.

여기서는 모두 40여명의 연구인력이 무선통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창원공장에 굴착기 관련 연구개발센터를 세울
예정이며 화장품업체인 프랑스 로레알은 올초 국내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로레알 관계자는 "랑콤 헬레나루빈슈타인등 기존제품 외에 한국등 아시아인
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업체의 한국내 연구소 설립은 한국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인정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