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경제는 지표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은행의 부실증가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장기적인
불황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일 "최근의 금융.경제환경변화와 시사점"(최공필
연구위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구조조정의 완결로 경제체질이 개선되고 금융시스템이 조기에
정상화되지 않는 한 불투명한 대외여건 아래서 지금의 경기호전세는 유지
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추가 금리인하 등을 통해 기업들의 부실을 억제하고 금융기관들이
제기능을 빨리 되찾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은행의 각종 건전성 감독규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의 이같은 지적은 금융.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경기가
자연스레 회복돼 한국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정부측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금융연구원은 무엇보다 앞으로 불거져 나올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기업워크아웃(개선작업)이 지연되면서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금융자유화에 따른 경쟁격화와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의 수익성은 점점
나빠질 것으로 봤다.

고실업 시대가 계속되는 한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비율도 지속적으로
올라가 은행부문의 취약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6대 시중은행의 가계 연체대출금은 지난 2월말 2조9백2억원으로
작년말의 1조7천5백11억원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이는 결국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 축소로 이어져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게 금융연구원의 지적이다.

또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한국경제에 악재라는 것.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원자재와 공산품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등 세계경제는 이미 디플레이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선진국들의 가시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내년중 세계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은 이같은 국내외 여건악화로 인해 금년중 경제성장률이 수치상
3.8-5.8%에 달하더라도 체감성장률은 마이너스 1.2%-0.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실업증가와 노동시간 감소, 투자저조에 따라 잠재성장률은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공필 연구위원은 "콜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춰 물가하락을 막고 기업
워크아웃을 서둘러 기업과 은행이 공동 부실화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은행의 자산건전성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부실화 징후가 발생
하면 정부가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