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가 연11%라고 광고해놓곤 실제로는 연14%를 받더라"

"4년간 월급이체를 했는데 마이너스 대출한도를 5백만원밖에 주지 않는다"

은행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쏟아내는 불만이다.

고객들은 정기예금금리가 연 6%~연 7%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대출금리는 왜
예금금리의 2배에 가까운 고금리를 받느냐고 아우성이다.

또 은행들이 대출세일을 하기는 커녕 종전과 하등 달라진게 없다고 불평한다

서민들에겐 아직도 은행대출이 "높은 산"인 것이다.

가계가 봉이냐는 항변도 그래서 나온다.

"대출 체감지수는 여전히 IMF"라는 비야낭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그렇다.

지난 2월중 은행별 신규대출 금리를 보자.

가계대출 금리가 유독 높다.

기업 대출금리보다 2% 포인트 이상을 더 받는 은행도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연 12.2%인 반면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연10.2%였다.

외환은행은 가계 11.4% 기업 9.0%였다.

무려 2.4%포인트의 차이다.

그나마 평균금리여서 연11%~12%로 나온다.

은행과 거래실적이 없는 일반 고객들은 요즘 신규대출을 받을 때 연14%까지
부담하는게 현실이다.

고금리로 신음하기는 기존에 대출받은 고객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에서 대출받은 개인 고객들은 2월말 현재 평균 연14.1%의 금리를
물고 있다.

기업(11.6%)보다 2.5%포인트나 높다.

금리뿐만 아니라 대출창구도 여전히 높다.

은행들은 돈이 남아돌아 대출세일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반 서민에겐 대출세일이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은행들은 공무원 정부투자기관직원 상장대기업 직원들에 대출을 집중한다.

신용리스크가 적어 돈떼일 걱정이 덜하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동에 사는 회사원 강모(36)씨는 "무보증 신용대출을 확대했다기에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지점에선 갖가지 핑계를 들어 대출을 꺼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보다 정작 주택담보대출에 더 신경쓴다.

담보가 확실하고 장기적으로 이자가 들어오는 것이어서 수익성이 좋아서다.

때문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연11%의 금리를 제시하는 은행도 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도 속을 들여다보면 "빛좋은 개살구"다.

시세가 1억원인 아파트를 담보로 맡겨도 유효담보가다 뭐다해서 4천만원
정도만 대출해준다.

금리도 생각만큼 싸지않다.

대출받는 은행의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하고, 대출금액도 많아야 하고,
관리비를 이체해야하는 등등 갖가지 조건이 붙는다.

물론 은행들의 이같은 대출행태를 반드시 나무랄수 만은 없다.

은행들은 IMF이후 받은 고금리예금 때문에 발목이 잡혀 예금금리 인하와
같은 속도로 대출금리를 내릴 수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은행들의 얘기도 일리는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18조9천원 가운데 연 15%이상을 주는 고금리
예금이 3조8천억원에 이른다.

무려 20%이상이다.

한빛은행등 다른은행도 이와 비슷하다.

가계대출에서 부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은행들에겐 고민거리다.

6대 시중은행의 2월말 가계대출 연체금액은 2조9백2억원.

1월말에 비해 2천7백63억원(15.2%) 늘었다.

이에따라 연체비율도 사상최고치인 10.95%로 올라섰다.

가계 대출금 1천원중 1백10원이 연체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관계자는 "돈이 남아돈다고 펑펑 퍼줬다간 1~2년후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며 "골라가며 대출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개인들의 신용을 평가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이같은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예를들어 한국전력의 부장이라도 개인에 따라 신용도가 천차만별인데 국내
은행들은 이를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은행들은 직업별 대출한도에 매달리고 있다.

대출금리 차등도 뒷전이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하루빨리 크레딧스코어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그러나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몇년씩 걸린다는게 문제"라고 지적
했다.

그러나 고객들은 대출금리만이라도 IMF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예금금리는 IMF이전에 비해 4~5% 포인트가량 낮다.

반면 대출금리는 IMF이전보다 약 2%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출금리를 IMF이전 수준과 맞추더라도 체감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제쯤이면 한자릿수 저금리시대를 실감할지, 가계 대출고객들은 아득하기만
하다.

< 이성태 기자 ste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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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예금구조 현황 ]

<> 국민은행

- 전체정기예금 : 18조9천8백억원
- 연10%~연15% 예금(비율) : 7천억원(3.7%)
- 연15%이상 예금(비율) : 3조8천억원(20.1%)

<> 한빛은행

- 전체정기예금 : 13조2천8백63억원
- 연10%~연15% 예금(비율) : 2조2천5백억원(16.9%)
- 연15%이상 예금(비율) : 2조2천40억원(15.08%)

* 비율은 전체 정기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