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도 30대 대규모기업집단 지정현황은 그룹간 순위변동이 얼마나 심했는
지를 읽게한다.

자산총액이 5대그룹은 증가한 반면 6대이하 그룹은 오히려 감소했다.

경제위기를 벗어나기위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나타난 결과다.

가장 두드러지게 순위가 바뀐 곳은 대우그룹이다.

대우는 지난 95년 이후 다시 2위로 복귀했다.

대우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의 자산재평가와 회사채발행 등으로
자산이 25조2천억원 급증해 삼성그룹을 앞질렀다.

반면 삼성은 삼성전자가 차입금을 많이 갚은데다 보광 등을 친족분리해
자산총액은 2조9천억원이 줄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측은 "지난해 구조조정작업으로 자산총액이 줄었을 뿐"이라며 "부채까지
포함된 자산총액으로 순위를 매기기보다는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위와 11위였던 동아와 롯데가 올해 자리를 맞바꿨고 10대 이하
그룹에서도 자리변동이 많았다.

한솔은 15위에서 12위로, 동국제강은 19위에서 15위로 뛰어올랐다.

두산도 14위에서 13위로, 동부는 20위에서 16위로, 새한은 30위에서 25위로
각각 순위가 상승했다.

30대그룹의 부채비율이 외형상으론 대폭 하락한 것도 주의깊게 볼 대목이다.

그중에서 5대그룹의 부채비율은 4백72.9%에서 3백35%로 1백37.9%포인트가
떨어졌다.

그러나 모두 빚을 갚은 때문은 아니다.

자산재평가와 유상증자에 따라 자기자본이 46조8천억원에서 70조원으로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부채총액은 2백21조4천억원에서 2백34조5천억원으로 오히려 13조1천억원이
늘었다.

현대가 기아그룹을 인수하면서 늘어난 부채를 빼더라도 5대그룹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많은 2백21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30대 그룹 지정을 계기로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30대그룹중 쌍용과 동아 고합 아남 강원산업 신호 등 6개그룹은 워크아웃
과정에 있다.

한라와 진로그룹은 화의가 진행중이다.

실제로 30대그룹 가운데 경영이 정상이라고 볼만한 그룹은 그리 많지 않다.

전경련 등 재계에서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기업만 30대그룹으로 묶어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