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점장들도 이번 광고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소비자들에게
뭘 보고 차를 사라는 겁니까"

"임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언제나 골탕을 먹는건
현장 아닙니까"

5일 용인 대우인력개발원.대우자동차판매의 "공개재판" 현장이다.

본사 임원들을 단상위로 불러낸 일선 지점장들은 그동안 속에 눌러 두었던
불만을 숨김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변명을 늘어놓는 임원들도 있었지만 고개를 못드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지난 3일부터 사흘간 계속된 이 행사는 "99년 지점장 워크숍".

이 자리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판매정책을 통보하고 지점장들을 교육하는
자리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본사의 담당 임원과 직원들이 줄줄이 단상에 불려 올라와 일선 지점장들의
강도높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차를 출고시켰는데 고객이 할부조건을 바꿔달라는 경우가 있어요. 본사로
통보하고 전산을 바꾸려면 며칠이 걸려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이런 전산업무
정도야 일선으로 이관시켜도 되는 것 아닙니까"(김건수 진주지점장)

"잘 몰랐습니다. 전산을 빨리 개발해 곧 조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리담당 우동춘 상무)

필드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임원들은 진땀을 빼야했다.

물론 난상토론도 벌어졌다.

조경호 용인지점장이 출고사무소 직원들이 불친절하다고 물류담당 김영순
상무를 몰아붙이자 김 상무는 판매에 전념해야할 영업사원들이 출고사무소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항변했다.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인 김병수 상무와 본사 경영전략담당 강상윤 이사는
한시간이 넘게 설전을 벌였다.

수익 기준을 서로 다르게 적용한데 따른 논쟁이었다.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된 임원이 난처한 질문에 허둥대다 팀장에게 마이크를
넘기려 하자 지점장이 제재하며 임원이 직접 답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영업현장 직원들은 경영 인사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무려 1백개가 넘는 제안과 의견을 개진했다.

"각 영업소별로 인터넷과 통신ID를 부여해 사이버마케팅에 활용하자"는
의견에서부터 "고객이 1천5백cc급 일본 중고차와 우리차를 놓고 갈등을 할 때
어떻게 설득해야하는가"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실적인 애로점도
토로됐다.

형식을 완전히 파괴한 이번 워크숍은 지난달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일상
사장의 아이디어.

정 사장은 "현장과 본사간에 이견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끝까지 앉아
"싸움"을 붙였다.

워크숍을 마친 한 임원은 "영업 현장의 신랄한 지적과 비판에 워크샵이
아니라 마치 공개재판을 받는 기분이었다"며 "그러나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문제를 공유해 본사와 현장간의 벽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우자판은 이같은 형식 파괴의 워크숍을 앞으로는 분기별로 정례화해
나가기로 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