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중인 조흥은행장 선임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14일 열리는 만큼 이번주중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다른 은행장 선임때처럼 조흥은행장 선임과정에서도 예외없이 뒷말이 무성
하다.

"아무개가 내정됐다"는 말도 있고, 후보 스스로가 "내가 내락받았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다른 은행장 선임과정과는 특이한 점도 있다.

조흥은행 노동조합등은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작 "은행장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모른다"고 발을 빼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관계자들에게 조흥은행장의 윤곽을 물으면 목에다 손을 갖다 댄다.

잘못 얘기했다간 "잘린다"는 뜻이다.

재경부관계자들은 "금융감독위원회에 물어보라"고 한다.

금감위관계자들은 "비상임이사들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원칙론만 되풀이
한다.

한빛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내부인사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여론몰이
에 나섰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엄명에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그렇지만 조흥은행직원들은 물론 금융계에서도 당국자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을 비춰볼때 결국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조흥은행노조는 아예 은행장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을 거명하며 "정치적 입김
이 은행장선임작업을 흐리고 있다"고 반발한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 대부분이 현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란 근거에서다.

여기서 "누구는 안된다"거나, "당국이 겉다르고 속다른 행동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자는건 아니다.

자질과 능력이 있으면 누구든 조흥은행장자리를 탐낼수 있다.

조흥은행의 최대주주(지분율 91.1%)인 정부도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수
있다.

중요한건 비상임이사 6명으로 구성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을 제대로 뽑을수 있느냐 여부다.

행추위는 이미 개혁적이고 과거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 이익을 낼
수 있는 인물, 합병후 통합과정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할 수 있는 인물을 은행장으로 추천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에 하나 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이 선출됐을 경우 조흥은행장 선임과정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을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뒷말은 한빛 한미 외환은행장 선임때처럼 정부의 금융개혁노력을
상당부분 반감시킬 것도 확실하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