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토평지구 아파트청약전쟁이 막을 내렸다.

8개업체에서 3천4백98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 이번 분양은 수십만명이
견본주택을 다녀갈만큼 성황을 이뤘다.

삼성아파트 모델하우스 심현태소장은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4만부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던 팜플렛을 12만장이나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아파트는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대림 영풍아파트 수도권1순위 청약자는 1백59.5대 1의 기록적인 청약경쟁을
뚫어야 당첨된다.

부동산시장이 회생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기쁘게만 생각하기에는 꺼림직한 부분이
많았다.

투자열기를 한꺼풀만 벗겨보면 높은 프리미엄을 예상한 "투기꾼"들과 이를
부추긴 "떴다방"들의 존재가 있다.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귀하듯, 적절한 투기수요는 부동산경기회복의
순기능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투기는 거품을 만들고 거품은 반드시 꺼지기 마련이다.

또 그 휴유증은 아주 오래동안 지속된다는게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이는 시장경제를 지탱해온 가격메카니즘이기도 하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한 조합아파트는 천만원대이던 프리미엄
규모가 한달만에 수백만원대으로 낮아졌다.

밤새워 줄을 서고 뒷거래를 통해 앞줄 자리를 샀던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결국 그 집이 절실했던 실수요자들만 내집마련의 기회를 잃고 골탕을 먹은
셈이다.

아파트분양시장의 열기는 지금 증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융장세와
성격이 유사하다.

저금리로 갈곳 없는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려 주가를 밀어올리는 금융장세
처럼 분양권전매자유화로 신규아파트의 유동성이 강화되자 투자자들이 몰려
이상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금융장세 뒤에는 실적대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실적장세가 이어진다고 말한다.

부동산시장도 궤를 같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토평은 차로 5분이면 서울에 닿을수 있고 한강을 조망할수 있는
입지여건이라 만만찮은 프리미엄 형성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변아파트시세와 비교해볼때 이곳의 투자열기는 과열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구리시민들은 요즘 분양권을 사지 않겠느냐는 중개업자들의 전화를 하루에도
여러통씩 받는다고 한다.

거품의 조짐이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