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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광속경제] 제2부 : (4) '이베이' .. 단골 21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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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eBAY)는 지금 미국 인터넷비즈니스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중 하나다.

    이 회사 주식은 작년 9월 나스닥에 상장된지 6개월만에 값이 무려 20배이상
    뛴 1백50달러를 넘는다.

    뉴욕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베이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 세계에서 노다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이베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주소인 "샌호제이 해밀턴가 2005번지"의 허름한 3층 건물 작은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다.

    제니퍼 추 홍보담당자는 "다들 처음 찾아올 때는 고생을 많이 한다"며
    "그래도 1백40명 직원들이 쓰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베이는 지난 95년 인터넷에 혜성처럼 등장, 인터넷 경매 비즈니스를
    를 개척해 왔다.

    이베이 경매장에서는 요즘 하루 1천4백여종의 상품이 팔리고 있다.

    하루 거래금액은 약 3백40만달러.

    요즘 이 시장에 새로 나오는 상품만도 하루 10만개가 넘는다.

    이미 2백10만명의 단골(회원)을 확보했다.

    이베이가 하는 일이라고는 인터넷 가상공간에 "벼룩시장"을 차린게 고작
    이다.

    팔 물건을 시장에 내놓고 그것을 낙찰받아 사는 것은 고객들이 알아서 한다.

    고객은 이베이 벼룩시장(www.ebay.com)에 접속하면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간단히 물건을 사고 팔수 있다.

    거래가 이뤄지면 물건값을 송금하고 물건을 배달하는 일은 거래당사자끼리
    서로 협의해 처리한다.

    이베이는 다만 홈페이지에 만들어진 시장을 관리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베이는 지난해 4천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97년보다 10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이베이는 파는 사람에게만 돈을 받는다.

    팔려는 사람이 오퍼가격 10달러이하의 제품을 등록하려면 25센트를 내야
    한다.

    10~25달러 상품은 50센트, 25~50달러는 1달러, 50달러 이상의 상품에는
    2달러의 등록비가 매겨진다.

    자신의 상품을 더 비싼 값에 팔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이베이 홈페이지 상품소개란에 등록하려면 19.95달러가 추가된다.

    물건을 상품분류(카테고리) 목록의 윗자리에 올리려면 14.95달러를 더
    지급해야 한다.

    거래가 이뤄지면 물건을 판 사람으로부터 커미션을 또 받는다.

    낙찰가 25달러 이하까지는 낙찰가의 5%, 26~9백99달러는 2.5%, 1천달러이상
    은 1.25%의 비율이다.

    홈페이지 하나를 무기로 "봉이 김선달"식 장사를 하는 셈이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인터넷 경매를 통해 더 높은 값에 물건을 팔았다"며 이베이에
    고마워 한다.

    이베이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다양한 상품을 비싸게 팔고, 싸게 살 수
    있게 했다"는데 있다.

    벼룩시장 역할을 하는 홈페이지 문을 연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희귀한 상품을 들고 경매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베이 경매장에 들어가면 마오쩌둥(모택동) 어록, 19세기 러시아 우표,
    존 스타인벡 사인이 담긴 책 등 일반 상점에서는 찾을수 없는 물건이 수두룩
    하다.

    골동품에서 시작된 경매물건은 이제 장난감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는게 없을 정도다.

    가격도 5달러에 불과한 저가품이 있는가하면 수십만달러를 호가하는 제품도
    등장한다.

    이베이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또다른 강점은 "재미있게 상품을 사고 팔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 참가자들은 상품가격을 맞추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어른들이 즐기는 인터넷 게임인 셈이다.

    이베이는 이를 위해 경매가 끝날 때까지 응찰자들이 써낸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케이스 안토그닌 마켓팅 이사는 "고객중 상당수는 낙찰의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경매에 참여한다"고 귀뜸한다.

    이베이가 인터넷 경매분야 독보적인 위치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신뢰"에
    있다.

    케이스 안토그닌 이사는 "인터넷 경매 비즈니스의 성패는 경매 및 물품
    전달 과정에서 얼마 만큼 신뢰성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물품을 허위로 등록하거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의
    불량고객이 있다면 경매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일부 고객은 낙찰가에 불만을 품고 제품 인도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베이는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과학적인 툴(tool)을 적용한다.

    대표적인게 "세이프 하버"와 "리걸 버디" 프로그램이다.

    이베이는 회원등록때 가입신청자의 주민등록번호 자동차면허번호 등을
    써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경매 당사자들은 세이프 하버 프로그램으로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또 로이드 증권사와 링크, 고객이 경매물건에 대해 보험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이베이에 보고되는 경매사기 신고는 1만거래당 1건정도다.

    0.01%에 불과한 셈이다.

    안토그닌 이사는 그러나 "불량거래율 0%가 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고 말한다.

    < 실리콘밸리=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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