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위기 파장이 독립국가연합(CIS)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카자흐스탄 텐게화가 폭락세를 보인데 이어 키르키스탄도 통화위기권으로
빨려들고 있다.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몰려있는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등에서도 심각한
경제난이 감지되고 있어 CIS경제의 도미노 사태가 우려된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4일 중앙은행이 환율방어를 포기한 이후 통화가치가
수직 추락세를 보여 6일 한때는 달러당 1백50텐게까지 떨어졌다.

환율 포기선언 당시의 달러당 88텐게에서 불과 이틀만에 33%나 절하된
것이다.

수도 알마아타의 암달러 시장에서는 달러당 2백텐게를 넘나들고 있고
은행이나 환전소엔 예금인출 인파가 몰려들어 "패닉"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카자흐 정부는 향후 9개월간 예금인출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텐게화 예금전액
을 달러당 88.3텐게 환율로 전환해주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예금자들의
동요는 가라앉질 않을 태세다.

중앙아시아의 인근국 키르기스탄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불거진
통화불안의 파장이 밀어닥치고 있다.

키르기스 통화인 솜화는 "카자흐 위기"가 전해진 6일 달러당 35솜에서
40솜으로 주저앉았다.

하루 절하폭이 14%에 달했다.

달러 구매열풍이 몰리면서 외환거래량은 지난 주말 3만4천달러에서 66만달러
로 폭증했고 당국은 이날 오후 외환거래를 전면 중지시켰다.

키르기스탄 중앙은행 대변인은 "이웃 카자흐의 통화 위기가 키르키스탄으로
넘쳐들어오고 있다"며 솜화 가치의 속락을 우려했다.

사실 CIS경제위기는 러시아가 국채지불유예를 선언한 작년부터 이미
예고되어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철을 따르기 시작한 이후 카자흐나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차례로 통화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을 지적하곤
했다.

CIS경제가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러시아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동안은 CIS도 살얼음판을 걷게될 것이란 얘기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