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1월1일 이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은 지방세보다 우선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무제 대법관)는 8일 중소기업은행이 서울 서초구
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사건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판결은 법원경매에서 팔린 부도기업의 재산에 대한 우선 배당권을
놓고 금융기관과 행정기관이 벌여온 다툼을 최종 정리한 것이다.

특히 이날 판결로 인해 전국 행정기관들이 그동안 거둬들였거나 거둬들일
체납지방세 수천억원을 금융기관에 넘기게 돼 대규모 세수구멍이 불가피하게
됐다.

행정기관과 금융기관이 지방세와 근저당의 우선권을 놓고 수년간 법정
다툼을 벌인 것은 지난 96년 1월 발효된 개정지방세법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법개정 이전에 설정한 근저당권은 무조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1심과 2심에서 줄줄이 패소해왔다.

이들은 "92년부터 95년말까지 지방세 우선규정이 삭제돼 있다가 96년 1월
1일부터 법원경매의 지방세배당 우선권이 부활했다하더라도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법원은 실제 경매낙찰후 채권배당에서 지방세를 근저당권보다 우선
배당해왔다.

반면 행정기관들은 "근저당설정일이 언제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과
시점이 중요하다"며 반박했다.

근저당권이 96년 1월1일 이전에 설정됐다고 하더라도 부과일이 개정법이
발효된 이후면 당연히 지방세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행정기관에 승소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며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정지방세법을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지었다.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으로 인해 재산권을 박탈당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헌법 13조2항을 적용했다.

개정지방세법의 지방세 우선 효력은 개정 이전의 저당권 등에까지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지방세부과시점이 법개정 이후더라도 근저당권 설정일이
이보다 훨씬 앞선 법개정 전인 만큼 저당권이 우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례에 따라 법원경매에 부쳐진 수천억원 규모의 부도기업 재산이
사실상 금융기관몫으로 넘겨지게 됐으며 현재 진행중인 지자체와 금융기관
승소로 결론날 전망이다.

< 고기완 기자 dadad@ 김동민 기자 gmkd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