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초청으로 9일
방한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우호협력 증진방안과 동북아 및 중동지역 정세, 경제협력 방안 등
공동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방한에는 카말 엘 간주리 총리 등 각료 5명과 주요
경제인 27명이 수행한다.

이집트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통상적
인 정상외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과 비동맹국가의 맹주로, 특히 북한과는 58년부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반면 한국과는 지난 95년에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적어도 남북한관계에서 만큼은 확실한 "북한 우위노선"을 견지해 왔던
셈이다.

따라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이집트가 남.북 등거리 외교노선을
채택했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양국간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동맹 아랍
지역의 이해도를 높이고 지지기반을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무바라크는 현역 국가원수로는 유일하게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층과 대화가 가능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북한 김일성 주석과의 돈독한 관계는 유명해 지금까지 북한을 4번이나
방문했다.

무바라크는 73년 중동전쟁 당시 전투기를 지원해준 북한에 "김 주석이 살아
있는 한 한국과의 수교는 없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남북간 관계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당초 남북한 동시방문을 추진했으나 북한쪽에서 거절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동시방문은 무산됐지만 무바라크가 이번 방한 후 몇개월 이내에
북한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도 남북관계 해결사로서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무바라크의 연내 방북이 실현된다면 이 과정에서 김 대통령의 의지나
대북포용정책의 진의가 북한지도층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
은 기대하고 있다.

무바라크의 이번 방한엔 또 이집트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 산업기술분야의
합작과 과학기술분야의 양국간 협력증진이 기대된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