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8일 회장단회의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새 카드를 내놓은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빅딜"을 기업구조조정의 전부로 보는 여론의 방향을 이번 기회에
바꿔보자는 전략이 들어 있다.

대기업, 특히 5대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려서는 "포스트(post) IMF"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축소지향의 구조조정을 확대,개척의 방향을 돌리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국내 기업끼리의 통.폐합을 구조조정의 모든 것으로 여기는 풍토에서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국경이 무너지는 추세에도 어긋나는 방향이다.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에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나 북한에 대한
유휴설비 이전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방안들이다.

이와 함께 최근 산업자원부 등이 구조조정 이후의 우리 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해 국가경쟁력 강화 사업에 열의를 보이기 시작한 점도 전경련을 자극한
요인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그러나 국가경쟁력 강화 사업은 성격상 재계만의 노력과 힘
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 일본 재계와의 협력 강화 =전경련은 일본 재계와의 "공동 구조조정"을
재계가 벌일 수 있는 단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국내 기업끼리의 구조조정에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

가능하면 이왕에 협력관계에 있는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이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한.일 기업제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공동으로 노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일본 기업의 해외 신규투자 뿐 아니라
한국의 구조조정에 참여하려 할 때도 자금을 대주겠다는 입장이라며 석유화학
등의 예에서 보듯 하반기부터는 일본 자금의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휴 설비의 북한 이전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회의직후 낸 발표문에서
"우리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유휴
설비의 대북 이전이 촉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회장단은 이를 위해 전경련 차원에서 이전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고 금융
조건 등 제도적 보완사항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개별적인 대북 접촉보다는 북한 지역의 산업단지별로
특성에 맞게 포괄적으로 설비를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21일에는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초청, 후속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페리 보고서가 나오는 5월께부터는 대북 경제제재가
눈에 띄게 완화될 것"이라며 "북한의 경제안정을 돕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차원의 유휴설비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민관합동 경쟁력강화위 설치 =전경련은 그동안 재계 차원에서만 운영해온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에 정부를 참여시키기로 하고 산업자원부와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중이다.

국가장래를 좌우할 경제 새틀을 짜는 사업은 정부의 의지 없이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박태영 산자부 장관도 이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병두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도 최근 오부치 총리 직속으로 경쟁력강화
위원회를 만들었다"며 "기업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정부와
민간 경제계가 21세기와 IMF 이후를 대비한 청사진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