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8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이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내고 두 기업의 대표이사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조치
키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98년5월25일부터 11월말까지
2천2백억원을 투입해 현대전자 주가를 1만4천원에서 3만2천원으로 끌어
올렸다.

이 기간동안 현대중공업은 현대전자 주식을 8백90만주, 현대상선은 80만주를
각각 사들였다.

이들은 현대전자 주식을 직전체결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거나 종가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시
두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김형벽 현대중공업회장과 박세용 현대상선 회장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22일 증권거래소로부터 현대중공업이 98년5월25일부터
7월4일 사이에 현대전자 주식에 대해 시세조종했다는 혐의내용을 통보받고
6개월뒤인 올 2월1일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시세조종 여부만 조사대상
이었다"고 말해 반도체 빅딜을 앞두고 계열사들이 현대전자의 주가를 의도적
으로 끌어올렸는지 여부는 검찰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조사가 반도체 빅딜지연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현대그룹은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투자 차원에서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측은 "그룹계열사가 현대전자 주식을 매입한 것은 반도체 논의가 이뤄
지기 훨씬 전인 98년 5월~7월이며 현대전자 주가를 끌어올릴 경우 LG반도체
주가도 오르기때문에 전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