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도공들은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한 색을 청자에 집어넣었다.
그것이 바로 비색이다.
고결한 보석인 비취옥의 색과 같다고 해서 모든 색깔중에 으뜸으로 여겼다.
이같은 비색청자는 열개중에 하나를 뽑아내기도 힘들 만큼 만들기가
어려웠다.
청자음각연화당초문매병(국보 97호)은 12세기 작품이다.
높이가 43.9cm로 순청자매병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작품은 옅은 비색이 전체적으로 통일돼 있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투명한 청자유약이 고르게 사용돼 은은하고 감미로운 느낌을 준다.
입주위로부터 병 굽다리에 이르기까지 흐르고 있는 풍성하고 유려한 곡선도
고려청자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중국도자기의 풍만한 형태와 달리 균형과 조화가 돋보인다.
다른 나라의 도자기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조형미가 생명인
셈이다.
음각문치고는 비교적 굵은 선으로 된 연당초문이 장식되어 있고 굽다리
주변은 음각뇌문으로 새겨져 있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