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은 8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주룽지 중국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명은 특히 "유가증권과 영화.음반시장 자동차금융 금융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미합의 쟁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그러나 중국의 WTO가입이 미국과 중국에 모두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인, 추가 협상을 통해 올해말까지 남은 쟁점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통산장관회담을 곧 재개키로 했다.

이번 협상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관세인하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작년 5백70억달러에 달한 무역역조 시정을 위해 자동차 화학 서비스
등 전 산업에 걸쳐 선진국 수준의 관세인하를 요구했다.

중국은 그러나 WTO규정상의 개도국지위를 요구, 소폭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중국이 현재 24.6%수준인
공산품 평균 관세율을 9.44%까지 점진적으로 인하키로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그러나 항목별 관세 인하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베이징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타결 실패가 중국 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올들어 외국인 투자와 수출이 급감하는 등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올들어 2개월동안 외국인투자는 전년동기대비 9.5%, 수출은 10.5%씩 줄었다.

중국은 WTO가입을 통해 국가신뢰도를 향상, 이 문제를 돌파한다는
계산이었다.

중국의 한 관리는 "WTO추가 협상의 급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금과 같은 경제환경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올해 견디기 어려울 만큼의
수출 및 외국인투자 감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 타결 실패로 주 총리의 정치 위상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무원(정부)내 일부 보수세력들은 그동안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주 총리의 WTO가입 추진에 반발해 왔다.

주 총리의 위상 실추는 곧 그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 기업 분야
개혁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