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인과관계의 조건중의 하나는 원인이 결과에 앞서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조건중의 하나일 뿐이며 따라서 이 조건을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즉 A가 일어난 다음에 B가 일어났다고 해서 A가 B의 원인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이를 전후인과의 오류(post hoc fallacy)라고 한다.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두개의 시계 A, B가 있다고 하자.

시계 A가 시간을 알리면 이어서 시계 B도 "땡땡땡" 종을 울린다면 시계 A가
원인이 되어서 시계 B가 종을 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오류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인 오비이락, 즉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말은
시간적 발생에 따라 인과를 해석하려는 오류를 경계하는 말이다.

그러나 전후인과의 오류가 쉽게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에는 혼동되기 쉽다.

한 학자가 흡연을 하는 학생의 대학성적이 비흡연 학생에 비해서 나쁜가를
공들여 조사한 적이 있었다.

조사결과 그렇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특히 금연운동가들) 흡연의 단점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었다.

"성적을 올리려면 담배를 끊어라"라든가, 아니면 조금 과장해서 "담배는
지능을 저하시킨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별 의미가 없는, 그냥 우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는 상관관계가 우연한 것이 아니라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데 있어서
전후인과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 수도 있다.

흡연을 하기 때문에 성적이 나빠졌다는, 그래서 흡연이 성적불량의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성적불량이 고민이 되어 흡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의 가능성도 있다.

즉 성적불량이 흡연으로 이어지고 흡연은 다시 성적불량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제3의 요인들이 작용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사교적인 사람, 외향적인 사람은 흡연을 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며 이런 사람들은 활동적인 것에 시간을 빼앗겨 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